엄마는 나중에 설거지는 안 해줄 거야!

엄마가 딸에게. 그 딸이 엄마가 되어 다시 딸에게

by 지지 zizi



나는 엄마가 우리 집 설거지를 해주는 게 싫다. 어김없이 오늘도 설거지하는 뒷모습을 보고 뾰족한 말이 먼저 나왔다. (조금 좋게 말하면 될 것을 그게 참 안 돼서...) “설거지는 초이(남편) 몫인데 엄마가 왜 해~?” 하고 성을 내면 엄마는 그 말이 더 멈출 수 없게 한다나. 그리고 꼭 "설거지는 네가 좀 해줘라. 밖에서 일하고 오는데" 하신다. 그러면 "나도 일해! 거기다 청소 정리 빨래 요리 육아도 다 내가 하는데!" 소리가 목구멍 끝까지 차오르는데 요즘은 다행히 꿀꺽 잘 삼켜낸다. (나 칭찬해)


그리고 기어이 이어지는 2절. "소세지 (첫째 딸)! 나는 네가 독립을 해서 혼자 살아도,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도 설거지는 절~ 대 안 해줄 거야!" 로 이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소세지는 엄마~ 왜~ 나는 해주면 좋겠는데~ 말을 꼭 한다. "왜 괜히 니 딸한테 그러냐. 너는 지금도 잘해주니까 나중엔 안 해줘도 괜찮지~ " 하고 말끝을 흐리는데 그게 또 속상하고 화도 난다.


한 날 이모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 엄마는 너희가 어릴 때 계속 일 하느라 세심하게 돌봐주지 못했잖아. 그걸 항상 미안해해. 지금까지도. 그러니까 그 설거지도 속상한 마음 지우려 하는 거니까 한 번씩 하게 내버려 두어라. 역시 그랬구나. 나는 그래서 더 싫은 건데... 일평생 가게에서 설거지를 수도 없이 했을 텐데... 우리 집에서라도 안 하면 좋을 텐데. 그리고 세심하진 않았지만 엄마 상황에 최선을 다 했을 텐데 그게 왜 아직까지 미안할까?




작은 반찬통에 조금만 넣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딸이 좋아하는 반찬을 오는 시기에 맞춰 준비해 두고 맛있게 먹었다는 말 한마디에 또 다음에 언제 오냐를 물어보는 사람. 나도 나이 많은 엄마가 되면 저렇게 될까? (엄마만큼 요리를 잘하지 못하니 안될 것도 같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지금 잘하는 건 아닐 거다. 나름의 최선을 다 하고 있어도 나중에 후회가 되는 거겠지.


대체적으로 나는 내가 결정한 일에 아쉬움을 갖거나 후회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해도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하지만 아이들 일은 좀 다를 수도 있을까? 종종 생각한다. 어른이 된 소세지가 엄마가 나 영어유치원 안보 내줘서 영어를 못하잖아! 하면 내 선택에 후회를 할까? 음... 글쎄 나는 아닐 것 같다. 그 당시 내 최선은 그 거였으리니. 각자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 하며 산다. 딸은 엄마가 그걸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 엄마는 늘 부족했다 말한다. 나도 엄마 나이쯤 되면 지금의 최선을 잊고 부족했다 말하며 아이들 집에서 설거지를 해주고 있을까?! 아이들은 뒤에서 엄마 설거지 하지 마! 하고 얘기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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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꼭 사서 써보고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식세기 이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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