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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 난원공 개존증?

뇌경색의 원인

by 허간호사

의사: "심방세동이 발견됐습니다. "

환자: "심...방... 세....동....????"


심방세동이 뭘까?

생전 처음 듣는 병명에 어리둥절 하기만 한 환자들에게 설명해 드리는 것은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다.

첫째로, 마음껏 잘난 척 떠들 수 있고

둘째로, 내 설명을 듣고 이해한 환자들을 보며 뿌듯해질 수 있으며

셋째로, 답답함이 해소된 환자들의 감사인사로 인정의 욕구를 채울 수 있다.

이렇게 일석삼조의 교육 매번 각 잡고 하면 좋겠지만, 여러 방해물로 인해 누군가에게만 특혜처럼 돌아간다. 같은 말도 누군가에게는 잔소리, 관심 없는 소리일 수 있고 나 또한 같은 소릴 또 해대는 것이 지겨워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바쁜 병동일로 시간이 없다는 것이 제일 큰 장해물이다. '설명은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의사 선생님의 몫인 거지'라고 등을 돌리며 업무 중 하나를 덜어보고자 회피하려고 하지만, 환자 보호자는 본인보다 한 개라도 더 많이 아는 사람의 어떤 말이라도 절절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심방세동은 심장이 벌벌벌 떠는 거라고 생각하면 쉽다. 힘차게 쿵! 쾅! 하고 펌프질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벌벌벌 떤다. 이러면 심장에 모아진 혈액이 힘 있게 몸으로 뿜어지지 못하고 심장 안에 남겨진 혈액이 생긴다. 심장이 벌벌 떠는 동안 고여진 혈액들은 스스로 뭉쳐져 혈전이 생기는데 이런 피떡이 있는 줄도 모르고 심장은 늘 그렇듯 펌프질을 하기 때문에 온몸으로 피떡이 날아가 버리는 거다. 생각만 해도 너무 무시무시한 병인 거 같은데 심방세동을 가지고 있는 환자 중 다수가 무증상이기 때문에 모르고 지내다가 뇌경색이 와서 발견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기억에 남는 환자 중에 어떤 분은 심장초음파에 자두만 한 크기의 혈전덩어리가 발견된 분이 있었다. 뇌경색으로 입원하여 검사 중에 심방세동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분이었다. 아무 불편감 없이 잘 살고 있었는데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심장에 시한폭탄을 들어 있었을 줄 누가 알았으랴. 무증상의 질환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꼭 일이 터져야만 알아차릴 수 있는 질환들 때문에 병원에는 억울한 환자들이 넘쳐난다. 다행히도 뇌경색 때문에 생긴 후유장애는 크지 않았던 환자분이어서 심장의 혈전만 잘 해결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살짝만 잘 못 건드려도 안 건드리니만 못한 상황인지라 온 의료진들이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난다.


심방세동이란


1) 정의

• 심방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상태

• 부정맥의 한 종류

• 발작성, 지속성으로 분류됨


2) 발병 기전

•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로 빠르고 무질서하게 심방 수축을 유발함.

• 심방의 섬유화, 비대, 염증등으로 인해 발생하기 쉬움

• 유전적 또는 고령일수록 위험 증가


3) 증상

• 무증상: 특히 고령, 만성 심방세동 환자에게서는 증상이 없음.

• 심계항진, 피로감, 어지러움, 호흡곤란, 흉통


나이가 들어 노인이 돼서 질병 하나 없이 산다는 것은 개미굴 앞에서 개미를 한 마리도 밟지 않고 걸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인 거 같다. 나이가 들면 무릎 연골만 닳아지는 것이 아니라 온몸 세포 하나하나 고장 나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인지 연령이 높아질수록 심방세동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나이가 들면 심방조직의 섬유화가 진행되어 이로 인해 전기신호 전달이 원할하지 않아 심방세동이 발생한다. 덕분에 60세 미만에서는 1% 미만의 유병율을 보이는 것이 80세 이상에서는 10~15%까지 유병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70세 이상의 노인분 중에서는 뇌경색의 원인을 검사하던 중 심방세동을 발견받으신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꼭 노인 환자의 경우에만 심방세동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 젊은 환자에게서도 심방세동이 발견된 경우는 매우 많다. 1% 이하의 유병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입원한 뇌경색 환자 중 45세 이하의 다소 젊은 군에 속하는 뇌경색 환자 중에는 심방세동이 주요 원인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흡연도 하지 않고 평소 건강관리도 잘하고 있는 분인데 45세 이하의 다소 젊은 뇌경색환자라면 심방세동을 강하게 의심하고 더 열심히 심장검사를 한다.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 순간의 심전도로는 발견되지 못할 수 있어 24시간 심전도를 확인하는 홀터라는 검사도 시행하고 여기서도 확인되지 않으면 72시간, 길게는 3개월, 1년을 검사하는 경우도 있다. 심방이 벌벌 떠는 증상이 매번 그러기보다는 가끔 발생하는 경우인 발작성 심방세동인 경우도 많은지라 이렇게 1년간 심전도를 해서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심방세동까지 진단받게 되면 심장내과와 협진을 하게 된다. 퇴원하고 나면 신경과만 진료 오는 것이 아니라 심장내과까지 같이 진료받아야 한다. 원인 되는 질환이 심장내과의 문제인 지라 가장 중요한 약인 항응고제의 처방은 심장내과에서 받게 될 거다. 뭔가 환자를 타과에 뺏긴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






난원공 개존증(Patent Foramen Ovale, PFO)


의사: "심장에 구멍이 있으시네요."

환자: " 네??????? 구멍이요?"

의사: "그렇지만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증상 없이 잘만 살고 있었는데 심장에 구멍이 있었다고?? 근데 걱정하지 말라니....????

이름도 어려운 난원공 개존증! 이건 정체가 뭘까?


태아기 때는 엄마와 이어진 탯줄로 산소 공급을 받기 때문에 직접 호흡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심방 사이에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은 태어나면 자연적으로 막히게 된다. 이처럼 태어나자마자인 갓난아이의 정수리에도 대천문이라는 구멍이 있다. 아기가 숨을 쉴 때마다 정수리가 들쑥날쑥 움직이는 것이 보일 정도로 머리뼈가 닫혀있지 않은 상태라 아기의 머리를 만질 때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이 구멍은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 천천히 두개골로 덮이면서 사라지게 된다. 이렇듯 심장의 구멍도 자연 소실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 구멍이 막히다 만 경우, 막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없어져야 하는 심방사이의 구멍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난원공 개존증(Patent Foramen Ovale, PFO)이라고 한다. '가슴에 구멍 난 거 같아'라는 말을 넋두리 처럼 하는 분이 많은데 실제로 가슴에 구멍이 나 있을지도 모른다. 심장에 구멍이 메워지지 않는 사람은 전체인구의 20~25%에 달할 정도로 많지만 이 마저도 실제로 검사를 해서 밝혀진 경우를 측정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


난원공 개존증은 무증상이고 또 있다고 하더라도 크기가 크지 않으면 뇌경색을 유발하는 확률이 낮기 때문에 특별히 치료하진 않는다. 크기가 크고 중대한 혈류흐름에 문제가 발생된 경우에는 구멍을 막는 중격폐쇄술을 진행한다. 구멍이 큰 경우에만 수술의 적응증이 된다고 하여 500원짜리 동전 만해야 수술하는 건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큰 경우는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고 1cm를 기준으로 한다. 작은 구멍은 볼펜심 만한 크기를 말하고 큰 것은 5mm 정도, 1cm치가 넘으면 적극 수술을 권장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미 뇌경색이 발병한 경우에는 좀 더 기준이 까다롭다. 난원공개존증이 있다고 하여 뇌경색의 위험을 100% 높이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난원공폐쇄술 이후 뇌경색 환자들의 재발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PFO로 인한 뇌경색의 관련성을 무시하지 못하게 됐다. 때문에 난원공개존증이 발견된 환자도 심장내과의 협진 진료가 이뤄지게 되고 뇌경색이 발생하지 않은 일반인의 기준보다는 조금 더 엄격한 기준(구멍의 직경이 5mm 이상인 경우)으로 수술을 권고받는다.






심장이라는 장기 하나에 질환명이 한 페이지가 넘고 그 질환명중 뇌경색과 연관이 없는 것이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니 어느 한 곳의 문제만으로도 혈류의 흐름이 방해된다면 뇌경색의 위험엔 적신호가 켜진다. 그중 오늘 얘기한 심방세동이 뇌경색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 중 심장 부분 1위라는 점을 기억해 주고, 나도 어쩌면 구멍 난 심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인식 정도만 해줘도 오늘 이야기는 잘 이해한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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