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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치료의 핵심: 원인 찾기

동맥경화 위험인자

by 허간호사


" 내가 뇌경색이 온 원인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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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질문을 해주고 궁금해해주는 환자분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나의 경험상 이렇게 원인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의 경우, 추후 생활관리를 철저하게 바꾸시는 경우가 많았다. 내 몸에 생긴 신호탄의 의미에 귀 기울이고, 원인을 알아내 교정하려는 노력은 오늘의 병원생활이 일생일대의 에피소드가 될지 아니면 시발점이 될지를 결정짓게 해 줄 것이다.




오늘은 뇌경색의 원인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뇌경색이 이미 발생한 환자들의 경우에는 원인 따윈 관심 없고 마비된 팔다리에만 초첨이 맞춰져 있을 테지만,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원인을 알아야 뇌경색을 이겨낼 수 있다. 이미 생긴 후유장애는 재활을 통해 좋아질 수 있지만 뇌경색이 재발해 버린다면 지금의 마비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뇌경색은 한번 발생하면 일반인보다 재발할 확률이 현저히 높기 때문에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들의 경우에는 내 몸이 알려주는 건강 신호탄을 잘 알아차려야 한다.


뇌경색은 전조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인 만큼 하루아침에 생긴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문제들이 쌓이고 쌓이다 한 번에 빵 하고 터트려진 질환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뇌경색의 문제는 잘 치료하고 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등 원인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폭탄은 점점 자주 그리고 크게 터질 수 있다.




뜬금없는 예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해하기 쉽게 예를 한번 들어보자.


요즘 문제가 큰 1기 신도시의 노후된 수도관을 생각해 보자.
이 지역은 어느 가정이든 녹물이 나와 필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찜찜해서 살 수가 없다.
신도시 중 1단지의 수도관이 터져버렸다.
공사가 크긴 했지만 1단지의 수도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담, 다른 단지들은? 다른 단지들은 남 일인 듯 구경할 수 있을까?

내 몸 혈관 중 유독 그 부분만 약하고 안 좋아서 혈전이 쌓였을까?

어찌저찌 잘 뚫어줬으니 이제는 안심하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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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을 막는 원인을 알지 못하고 방치한다면 이미 망가져 버린 내 몸은 사방팔방에서 지뢰탄이 터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검사를 하는 것이다.





뇌경색의 주요원인: 동맥경화


뇌경색 환자의 전체 비율 중 40~50% 차지하는 원인이 바로 동맥경화이다. 절반과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꽤나 관심을 가져할 할 일이다.


동맥경화증이란, 동맥 내벽에 플라크가 쌓여 동맥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며, 좁아지는 것을 말한다. 플라크는 쉽게 말해서 찌꺼기다. 혈관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덩어리들이 혈관벽에 쌓이게 되면 시간이 지나 그곳에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쓰레기가 쌓여있으니 그걸 치우기 위해 청소부원도 달라붙고 청소하다 생긴 부산물도 생기면서 혈관 안이 점점 두꺼워진다. 사춘기 때 세수를 잘하지 않으면 얼굴에 기름기 때문에 여드름이 생기는 거처럼 그리고 그렇게 생긴 여드름은 점점 커지고 뚱뚱해지는 거처럼 혈관 안쪽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다. 그러다가 고름이 커지고 커지다 못해 터져 버릴 때가 있다. 그렇게 생긴 물질이 바로 혈전이다. 화산이 터져 용암이 분출되듯 혈관 안에 생긴 염증이 커져 혈전을 분출한다. 이런 혈전은 생긴 혈관 부위를 직접적으로 막기도 하고 혈류에 휩쓸려 떠다니다가 작은 혈관을 막기도 한다. 그렇게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동맥경화를 막아라!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혈관의 내벽이 두꺼워지는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버리지만 이런 상황을 앞당기게 하는 상황이 또 있다. 바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이다.

고혈압과 당뇨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을 테지만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통증도 없고 사는데 불편함이 없는 이 병 두 가지로 인해 생기는 질환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속이 쓰리면 자극적인 음식을 조심하는 노력을 할 텐데, 고혈압이 있다고 해서, 당뇨가 있다고 해서 어디가 불편한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진단을 받아도 경각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은 어려운 거 같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쌓이고 쌓이면 혈관의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이로 인해 뇌경색의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내 몸의 수도관인 혈관을 건강하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름이 둥둥 떠다니지 않게 해야 하고 혈액이 끈적이지 않아야 하고 혈압이 안정되어야 한다. 기름이 많이 떠다닐수록 혈관벽은 찌꺼기로 가득 쌓이게 될 것이고 끈적한 혈액은 그 자체만으로도 모세혈관에 뇌경색을 발생시킬 수 있다. 정상혈압에서 10mmHg씩 올라갈 때마다 뇌경색의 위험성이 25%나 올라간다고 하니 동맥경화를 막기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금연이 필수적이다. 병원에서 술, 담배를 권장하는 경우는 절대적으로 없다. 술, 담배가 직•간접적으로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흡연은 뇌경색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앞서, 동맥경화는 혈관에 플라크가 쌓여 염증반응이 생겨 혈관 안에 커다란 뽀드락지가 생긴 거라고 비유했다. 염증반응!!!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흡연은 혈관 내벽에 염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그렇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면 아무리 애초가라도 금연을 결심하듯이 뇌경색 환자 또한 반드시 금연은 해야만 한다.






만약 뇌경색을 진단받았는데 마비된 팔다리에만 관심을 갖고 원인을 교정하려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원하는 대로 짜고, 달콤한 음식을 즐기는 등 식습관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몸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치킨과 같은 튀긴 음식을 끓을 수 없다면? 금연하라는 의사의 말을 잔소리로만 여기고 계속 흡연을 한다면?? 재활을 통해 이제는 걷게 될 수 있다고 해도 곧이어 뇌경색이 재발되어 버려 전보다 마비가 심해질 수 있다. 이제는 아무리 재활을 해도 예전의 모습처럼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 이제 원인을 알아내는 것, 그리고 교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았을 거다.

지금까지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걸음 한걸음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 보자.

오늘의 병원신세가 인생의 에피소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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