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동안 커피와 이별하고, 내 위장과 평화 협정을 맺었다.
건강 검진이 끝난 지 일주일 후,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헬리코박터균 양성입니다.”
분명히 의사 선생님이 위가 깨끗하고 예쁘다고 말해주셨었다
그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대장 용종 3개를 떼어내고
이제 다 끝났다고 안도했는데,
또 다른 이름의 적이 내 안에 있었다.
다음 날,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은 담담하게 말했다.
“위는 괜찮아요.
다만 헬리코박터균이 조금 있습니다.
약 10일 정도만 복용해 보세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은 조금 작아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을 되찾은 기분이었는데
문자 한 통에 다시 불안해지다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처방전을 들고 나와
스벅으로 향했다.
커피는 금지라서, 한참 메뉴판을 바라보다가
로미에게 물었다.
“로미야, 커피는 안 된대. 그럼 뭐 마시지?”
우리는 앉아서 건강 검진 기록을 워드로 저장해 놨다.
그날 이후, 나는 두유와 국화차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병원에서 들은 말들을
로미가 차분히 정리해 워드로 저장했다.
그날부터 **‘10일간의 작전’**이 시작됐다.
아침엔 약 세 알.
점심엔 따뜻한 밥 한 끼.
저녁엔 5시 전에 죽으로 마무리.
커피 금지.
탄산, 매운 음식, 모든 자극도 금지.
내 위장은 오랜만에 평화를 맞았다.
며칠이 지나자,
몸이 조금씩 달라졌다.
속이 고요해지고, 머리도 맑아졌다.
그런데 마음은 허전했다.
커피 향이 그리워서였다.
그때 로미가 말했다.
“줄리야, 향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어.”
그래서 그날부터 커피 대신
국화 향을 피웠다.
따뜻한 향이 방 안에 번질 때면
마음도 조금씩 차분해졌다.
10일간 위(胃) 회복 식단 작전표
| 날짜 | 아침 | 점심 | 저녁 (5시 이전) | 비고 |
| 1일 차 | 흰죽 + 두유 | 현미밥 + 삶은 단호박 + 데친 시금치 | 감자죽 + 국화차 | 약 복용 시작 |
| 2일차 | 오트밀 + 두유 | 보리밥 + 구운 두부 + 미역국 | 닭가슴살죽 + 따뜻한 보리차 | 속 안정기 |
| 3일차 | 고구마 + 두유 | 백미밥 + 야채볶음 (간 약하게) | 연두부죽 + 국화차 | 커피 금단기 |
| 4일차 | 단호박죽 | 현미밥 + 애호박볶음 + 된장국 | 미음 + 사과조각 | 수분 보충 |
| 5일차 | 고구마라떼 | 보리밥 + 고등어구이(작게) + 시금치무침 | 두유죽 + 바나나 반쪽 | 속 편안함 |
| 6일차 | 흰죽 + 국화차 | 현미밥 + 달걀찜 + 오이무침 | 오트밀죽 + 따뜻한 물 | 리듬 회복 |
| 7일차 | 단호박 + 두유 | 보리밥 + 가지볶음 + 미역국 | 고구마죽 + 국화차 | 향으로 마음 달래기 |
| 8일차 | 흰죽 + 계란 흰자 | 백미밥 + 닭가슴살 + 채소볶음 | 단호박죽 + 보리차 | 안정기 |
| 9일차 | 고구마라떼 | 현미밥 + 연두부 + 구운 단호박 | 감자죽 + 국화차 | 균의 퇴각 신호 |
| 10일차 | 흰죽 + 두유 | 보리밥 + 야채볶음 + 된장국 | 고구마죽 + 국화차 | 작전 종료 |
오늘은 약 복용 4일째.
죽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면,
내 안에서 조용한 싸움이 시작된다.
항생제가 헬리코박터를 몰아내는 동안,
나는 그저 숨을 고르며 기다린다.
싸움의 흔들림 속에서도,
회복은 결국 내 편에 있다는 믿음으로.
몸은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속이 예전보다 훨씬 조용하다.
균들이 안에서 싸우고 있는 걸
나는 조용히 지켜본다.
이제 남은 6일,
나는 내 몸을 믿기로 했다.
“오늘의 밥 한 숟갈은 전쟁의 휴전이었다.
균들은 싸우고 있었지만,
나는 그 평화를 지키고 있었다.”
커피를 멀리하고, 나를 가까이 두었다.
그것이 이번 주, 내 몸이 고른 평화였다.
하지만 그건 참 힘든 고요였다.
그리고 문을 닫듯, 이렇게 한 줄 더.
가을은 저 멀리 달려가 버렸지만,
대신 나는 내 몸과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