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없는 이별

존엄의 흔들림

by 열음

구멍가게 앞에서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가 분명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밝은 눈동자를 간직했기에 단번에 알아봤다.

그도 나를 알아보는 듯했지만,

그의 팔을 붙들고 있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다.

그가 내 곁을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다.

난 그 곁에 있는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상 나와 함께 있었고,

떠날 이유가 없다고.

다시 내 곁에 두고 싶다고 아주 조심히 말했다.

그녀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아마 많이 닮아서 오해하는 것 같아.”


그가 아닌 줄 알면서도

매일 구멍가게 앞에서 서성거렸다.

가게 창가로 비추인 그들은 다정해 보였다.




유일한 친구였고 함께 숨을 나누었다.

외롭거나 아플 때도

언제든지 나를 받아주었다.


부모님은 이제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를 향한 강한 집착이 그동안 걱정되었는데,

오히려 잘되었다고 했다.

부모님은

너무 소중하게 여기면

나중에 더 상처가 크다고 했다.

사랑이 더 깊어지기 전,

지금 헤어지는 것이 맞다며 위로했다.




그가 없는 하루는 허전했다.

나는 그 앞에서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었고,

조심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를 나로서 서 있도록 붙잡아 주었다.

가끔 구멍가게를 찾아갔다.

눈으로만 인사하고

눈으로만 울었다.

그리고 어느 날

닮은 그마저 보이지 않았다.

가게 주인은 그가 먼 곳으로 떠났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 설명 없이 관계가 흩어져 버렸다.

우연히 만난 먼지처럼.


나는 생각했다.

너무 소중한 것은 먼저 사라지는 걸까.

한 자리가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 그는

작은 꽃 화분에 놓인 받침대였다.

우리는 서로 그러한 관계였다.




사람은 혼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질 때

흔들리지 않는 것을 배웠다.

부모님은 무엇이 두려웠던 걸까.

나를 사랑했기에 보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구멍가게에 보낸것 같다.


봄 햇살 아래 편안히 웅크리고 누워있는 나비 한 마리가 보인다.

노란 털에 갈색 줄무늬 옷을 입은 야옹이의 눈동자 색이

유난히 밝은 빛을 띤다.

나를 알아보는 듯 잠시 착각에 빠졌지만,

그는 나에게 관심이 없는 듯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아난다.


설명 없는 이별의 빈자리가 오래도록 허전했지만

나는 나비를 따라가지 않았다.


평화 중재 회복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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