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의 무대, 투자자의 시장

by 주작가

광대는 무대에 선다.

볼이 빨갛고 입꼬리가 크게 올라간 얼굴,

현란한 몸짓과 유쾌한 농담.

사람들은 웃고, 박수치고, 놀란다.


하지만 그건 즉흥이 아니다.

그 안엔 치밀한 순서가 있고, 몸의 리듬이 있고,

관객의 반응을 유도하는 설계가 있다.

광대는 '즐거움'을 연기하는 전문가다.

무대는 가벼워 보여야 하지만, 광대는 절대 가볍지 않아야 한다.


가끔 무대가 어긋난다.

타이밍이 빗나가고, 말이 엇나가고, 호흡이 흔들린다.

너무 과하게 웃기려 하다 헛웃음을 만들고,

조절에 실패하면 오히려 조롱을 유도하기도 한다.


나는 주식 투자자도 그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시장이라는 거대한 관객 앞에

나만의 계획, 포트폴리오, 기준을 세워 무대에 선다.

처음엔 긴장되지만 점점 흐름을 타고,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자신감도 붙는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조심해야 한다.


광대가 웃음에 도취되면 무대가 망가지듯,

투자자도 수익에 도취되면 계획이 무너진다.


나만의 리듬을 잃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욕심이라는 장식물을 덧대다 보면

정작 중심은 사라지고 만다.


누군가의 박수에 들뜨고,

자랑에 취해 더 무리하다 보면

언젠가 수익은 조소로 바뀌고,

내 계획은 껍데기처럼 남는다.


그래서 진짜 광대는 웃기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진짜 투자자는 수익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무대를 지키는 건 기술이 아니라 평정심이다.

투자를 지키는 것도 지식이 아니라 자기 조절이다.


쇼는 끝날 때 웃어야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박수는 마지막 장면에 받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누군가 웃을 때,
나는 계획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광대는 웃기되 흔들리지 않는다.
투자자는 벌되 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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