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여기에 있니?”
소녀는 항구에 나 있는 작은 쪽문에서 발견한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고양이는 아무 말 없이 소녀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나를 경계하는구나. 네게 나는 낯선 존재구나.”
고양이는 여전히 소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다리를 쭈그려 앉았다. 소녀는 고양이를 바라보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천천히 눈을 뜨자 고양이는 더 이상 소녀를 바라보지 않았고, 유유히 앞발을 핥을 뿐이었다. 시선에 흐트러지는 머리칼을 귀로 넘기며 소녀는 조심히 앉았다. 고양이는 하던 행동을 멈췄다. 처음 보는 고양이지만 소녀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는 아니었다. 고양이에게 소녀는 위협이 되는 존재일 수도 있다. 소녀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선 가만히, 가만히 고양이를 안심시켰다. 당장이라도 앞발을 내디뎌 도망갈 준비를 하던 고양이는 소녀가 움직이지 않자 다시 앞발을 핥고, 옆구리 털을 핥고, 엉덩이 털을 앙앙 물었다. 소녀는 고양이가 하는 행동이 흥미로웠다. 털을 고르고, 솎고, 치장하는 모습이. 어딘가 단정하지 못한 소녀의 모습은 아무리 고르고, 솎고, 치장해도 달라지지 않을 터였다. 소녀는 옆구리에 매고 다니던 물통을 열어 목을 축였다. 고양이가 소녀에게 다가왔다.
“너도 목이 마르니?”
물통의 뚜껑에 물을 조금 따라 고양이에게 건넸다. 바닷가의 짠 기를 머금던 고양이는 목이 말랐는지 물을 정신없이 먹었다. 고양이가 물을 마시는 걸 보다 소녀의 고개는 옆에 있는 바다로 향했다. 항구에 위치한 작은 쪽문이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떨어진, 바로 앞에 바다가 있는 위험하고도 작은 쪽문이었다. 바다 건너 저 멀리에는 소녀가 가보지 못한 섬이 있다. 소녀가 가보지 못한 섬. 언젠가 가보리라 다짐했던 아버지의 고향. 배를 타고 건너가기에 너무 어렸던 소녀를 떼어놓고 아버지는 종종 고향을 향했다. 그곳은 여기 항구도시보다는 작았지만 아버지는 항상 소녀가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사들고 왔다. 나무를 깎아 만든 작은 물고기가 달린 목걸이. 물통을 매고 다닐 수 있는 튼튼한 가방. 항구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문양의 원피스. 소녀의 몸에 지닌 아버지의 흔적은 모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소녀를 옆집 할머니께 맡기고 홀로 고향에 다녀오던 아버지는 예측하지 못한 해일로 산호초의 친구가 되어버렸다. 짠 기를 가득 머금은 아버지를 상상하면 소녀는 목이 말랐다. 목이 극심히 말라 매이고 또 매였다. 항구 도시에 혼자 남겨진 소녀는 그리움에 아버지를 보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바닷속으로 가야 하는지, 아버지의 고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목이 매이고 굶주리며 커버린 소녀는 이제 배를 혼자서도 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소녀는 배를 탈 수 없었다. 산호초의 친구가 되는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익숙하고도 낯선 아버지의 고향, 경계심에 두려운 바다. 소녀는 물을 마시다 치장하는 고양이를 보며 결심이 선 듯 일어선다. 오른쪽에는 깊은 바다가, 왼쪽에는 항구로 향하는 길이 나있다. 소녀는 몸을 돌려 앞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