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들기
12주 동안 이어진 ‘책 만들기 강좌’가 끝났다.
보조 강사로 들어간 자리였지만, 돌이켜보면 그곳에서 나는 글보다 더 소중한 것을 배웠다
— 사람을 믿는 일, 그리고 기다림의 힘이었다.
첫날, 한 분이 오래된 노트북을 들고 오셨다.
수업이 어렵다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의 닉네임은 ‘요술공주’. 이름처럼 예쁘고, 행동처럼 따뜻한 분이었다.
컴퓨터는 느렸고, 진도는 더뎠다.
하지만 그분은 남에게 방해되지 않으려 조용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늘 반짝이셨다.
나는 그분의 짝꿍이 되었다.
캔바 여는 법을 알려드리고, 글 파일을 붙여드리고,
수업 사이사이에 작은 도움을 건넸다.
그분은 늘 “나는 글을 못 써요. 그냥 듣기만 할래요.” 하셨지만,
한 주 두 주가 지나자 그분의 손끝에서 문장이 자라기 시작했다.
열한 번째 주, 드디어 원고를 내기로 결심하셨다.
맞춤법을 하나하나 고치며 피곤하셨을 텐데,
그다음 주에는 오히려 더 다듬어진 글을 들고 오셨다.
그 열정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숙연해졌다.
강사님은 이미 그분의 글을 책 틀에 넣고 있었다.
공주님이 캔바로 만든 표지를 보내드리자,
단 몇 번의 클릭으로 ‘표지’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공주님은 활짝 웃으셨다.
마치 꽃이 피는 듯, 얼굴에 향기가 퍼졌다.
“진짜 책이 나온 것 같아요.”
그분의 말에, 내 가슴도 덩달아 환해졌다.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책 표지에는 하트가 쏟아졌고,
그 반응 하나하나가 우리 모두의 보상이었다.
그날 수업이 끝나고, 함께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공주님이 식당을 모른다 하셔서 나란히 걸었다.
그날 집에 와서, 처음으로 그분의 글을 끝까지 읽었다.
글 속에는 조용한 인내와, 오랜 세월의 향기가 배어 있었다.
나는 울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12번의 수업 동안, 나는 깨달았다.
책이 만들어지는 진짜 마법은 프로그램도, 기술도 아니었다.
그건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한 사람을 끝까지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글을 쓰겠다는 결심은,
그저 키보드 앞에 앉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마주 보겠다는 용기였다.
그 용기를 낸 ‘요술공주님’ 덕분에
나 역시 글을 쓰는 행복을 다시 배웠다.
그래서 이제 나는 안다.
책은 단순히 종이에 인쇄된 문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 완성된 형상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