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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를 향한 혐오 지각의 비선형 함수화에 대한 시도

나는 왜 거기서 얼어붙었는가

by 박참치

#T-R-Θ50413-G


바퀴벌레를 향한 혐오 지각의 비선형 함수화에 대한 시도

—혐오 선택성의 구조적 오류 분석 중심으로


“나는 왜 거기서 얼어붙었는가”


작성일: 20XX-04-13

저자명: 박참치
적용학제: 응용혐오물리학 × 자율불쾌심리공학 × 일상생존체계역학



초록


본 논문은 저자가 서울 서초구 소재 주점 화장실에서 바퀴벌레와 조우한 사건을 계기로, 특정 생물에 대한 혐오 반응의 구조를 분석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해당 사건은 단순한 곤충 출몰이 아닌, 배설이라는 생존본능마저 정지시킨 인지 오류의 압축 파일로 간주되며, 바퀴벌레가 아닌 ‘혐오 그 자체’와의 조우였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본 연구는 혐오를 하나의 인지적 연산 시스템으로 간주하고, 진화생물학·심리학·신경과학의 관점에서 혐오 반응을 모델링한다. 특히 민감도, 환경 노출, 조건화 경험 등 가변 인자를 변수로 설정한 ‘혐오 감도 함수’를 제안하고, 바퀴벌레를 중심으로 다양한 비교 대상 생물군의 혐오 유발 조건을 계량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본 논문은 혐오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배척하라고 인간에게 학습시키는지 그 작동 방식을 밝히고자 하며, 혐오의 조건을 수학적으로 도식화함으로써 그 기원과 방향성, 그리고 잠재적 위험성을 재고찰한다.



1. 서론


서울 서초구 소재의 디스토피아풍 주점 ‘간을 말아먹은 자들’. 저자는 그날 저녁 9시경, 물리망나니, 기윤이와 함께 고구마튀김을 안주 삼아 하이볼을 음용하며 인류 감각기관의 진화 방향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던 중, 생리적 요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이동하였다.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화장실 벽면에서 정적 속에 대기 중이던 Blattella germanica (바퀴벌레. 이하 ‘그분’)와 조우하게 된다. 극도의 정적과 심장박동의 고조 속에서 박참치는 신속하게 뒤로 물러섰고, 그날 밤, 해당 화장실에서의 배뇨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고등생물인 실험형 어류 박참치가, 하등한 절지동물의 존재 가능성만으로도 배설을 포기하고 도주한 실시간 인지 오류 사례이다. 이 순간 작동한 것은 소화기관도, 비뇨기관도 아닌 뇌였다. (사실 지금에 와서는 어느 쪽이 고등어이고, 어느 쪽이 하등한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쨌든 도망친 쪽은 필자였다. 고등이든 뭐든 간에.)


따라서 본 논문은 다음의 단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왜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가?”



2. 혐오란 무엇인가 — 인류가 구역질을 철학으로 만들기까지의 여정


2.1. 이론적 배경


혐오(disgust)는 심리학적으로는 불쾌감의 강도 높은 형태로, 진화적으로는 위험 요소를 회피하기 위한 감각 기반 방어기제로 간주된다. 쉽게 말해, “어 저거 먹으면 죽을 수도 있겠는데?” 싶은 순간에 뇌가 던지는 강제 알림이다. 이 알림은 보통 구역질, 인상 찌푸림, 도주 충동 등의 형식으로 발신된다. 최신형 인간일수록 알림음이 더 예민하게 튜닝되어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혐오는 다음의 세 가지 층위로 작동한다:


1. 본능적 반사 (신경과학)

뇌의 섬엽(insula)기관: 쓴맛, 통증, 더러운 냄새 같은 감각을 전담

→ 바람핀 전남친 등이 “유해물질” 폴더에 자동 분류된다.


2. 학습된 기준 (심리학)

폴 로진(Paul Rozin)은 혐오를 “학습된 정서적 회피 반응”으로 설명

→ 즉,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DNA 때문이 아니라 엄마 때문이다.


3. 생존 전략 (진화생물학)

“이거 먹으면 죽는다”는 구석기급 메시지

→ 똥, 썩은 고기, 구더기, 전 남친 같은 것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2.2. 혐오의 구조적 조건


혐오는 무작위가 아니다. 나름의 발동 조건이 있다. 예컨대:

감각의 과잉 자극 (예: 질척거림, 다리 수 16개 이상, 분절된 동작)

예상 불일치 (예: 죽은 줄 알았는데 움직임, 2차원으로 이동하는 줄 알았는데 날아오름.)

동일시 불가한 생김새 (예: 나랑 너무 다른 피부, 눈, 다리, 껍질 등)


이 조건들이 조합될 때, 뇌는 “이건 혐오!”라고 판정한다. 재밌는 건, 이 구조가 절대값이 아니라 상대값이라는 점이다. 즉, 이 알림 시스템은 바퀴벌레는 차단하지만 새우는 허용한다. 이건 혐오가 절대적인 본능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심리적 변수들이 만들어낸 구조화된 감각이라는 걸 시사한다.



3. 바퀴벌레의 상대성 — 유사체 비교 실험


3.1. 무당벌레는 왜 귀엽고, 바퀴벌레는 왜 혐오스러운가?


무당벌레는 바퀴벌레와 같은 절지동물, 다리 여섯 개, 날개 있음의 삼박자를 공유한다. 그런데 왜 무당벌레는 유치원 스티커 세트에 있고, 바퀴벌레는 화장실 스릴러 주연인가? 이유는 단순하다. 색깔과 속도다. 무당벌레는 느리고 둥글고 빨갛고 반점무늬를 탑재해, 시각적으로 ‘디즈니 적합도’가 높은 형태로 인식된다. 반면 바퀴벌레는 갈색이고 빠르고 갑자기 날아온다. 그렇게 바퀴벌레는 “넌 모를 거야, 내가 언제 어디서”를 상시 시전한다.


“결론: ‘예상 가능성 + 색채 연출’이 귀여움을 만든다.”

(※ 하지만 무당벌레도 갑자기 입에 들어오면 귀엽지 않다.)



3.2. 지네, 곱등이, 민달팽이가 징그러움을 공유하는 공통분모는 무엇인가?


지네는 다리가 30~350개쯤 있고, 거미는 8개, 돈벌레는 15쌍, 곱등이의 심리적 다리는 12개쯤 된다. 민달팽이는 아예 다리가 없다. 근데 전부 징그럽다. 왜냐? 공통점은 딱 하나다. 나랑 너무 달라서, 뇌가 정보 정리를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이걸 우리는 인지적 낯섦의 임계점 초과라고 부른다. 즉, 다리가 너무 많거나, 몸이 젤리처럼 미끄럽거나, 갑자기 벽을 수직 질주하면 뇌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비정상. 안전하지 않음. 도망쳐라.”


심지어 이 생물들끼리는 계통도 다르고 생태도 다르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공포 + 징그러움 태그를 한 폴더에 몰아 저장한다. (이름: C:/혐오/뭔지 모르겠음.zip)



3.3. 외형상 유사한데, 왜 새우는 입에 들어가고, 바퀴는 욕설에 들어가는가?


사실 바퀴벌레와 새우는 둘 다 절지동물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단단한 외골격, 더듬이, 분절된 다리, 뾰족한 꼬리까지 거의 사촌이다. 그런데 새우는 소금에 구우면 맛있고, 바퀴벌레는 등장하면 박참치가 비명을 지른다. 왜?

새우는 바다에서 온다 → “이건 어류 계열이겠지”라는 뇌의 착각

새우는 구워졌다 → 열처리 = 무해함의 상징

사회적 허용 → “먹어도 돼”라는 집단 학습


결론적으로 새우는 맛있는 음식으로 학습되었고, 바퀴벌레는 배설공간 공습범으로 각인되었다. 이는 혐오가 실제 구조보다는 맥락과 기억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새우를 뒤집어보면… 생각보다 징그럽다.



4. 혐오 반응의 감도 함수 핵심 모델


혐오 반응 지수 D(t)는 시간 t에서의 외부 자극 강도 S(t), 개인의 선천적 민감도 μ, 학습 기반 혐오 민감 누적량 H, 그리고 외부 자극의 변화율 dS/dt 에 의존한다.

혐오 지수 함수는 다음과 같이 제안된다:

tempImageYLGr0n.heic

μ: 선천적 민감 계수 (0 < μ < 1)

H: 누적된 혐오 기억의 log scale (학습 효과)

α: 반응 민감도 가중계수 (ex. 시간 > 촉각)

ε: 자극이 0일 때 발산 방지용 상수 (> 0)


→ 혐오는 자극이 빠르게 증가할수록 강하게 반응한다. dS/dt 항이 핵심이다.

→ log(H + 1)은 과거의 혐오 학습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야 유의미하게 작용함을 반영한다.

→ exp(-1/S)는 약한 자극에 대한 반응을 억제하고, 특정 강도를 넘은 자극에 대해서만 급격히 증가하게 한다.



5. 결론 — 혐오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도망치는가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바퀴벌레를 싫어하진 않는다. 아기는 그분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을 뻗는다. 진짜 비명을 지르는 건 옆에 있던 어른이다. 그 순간, 혐오라는 고대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썩은 고기, 곰팡이, 누군가의 역류한 저녁메뉴가 놓여진 화장실을 피하는 법을 배운다. 그건 생존 본능이라기보다, 눈치 빠른 뇌의 확률 예측이다. 혐오는 훈련된 예측인 셈이다. 감각 민감도, 사회적 외침, 기억된 트라우마가 엮여있는. 혐오는 역사다. 반복 훈련된 탈출 게임이다.


이 논문은 바퀴벌레를 욕하려는 게 아니다. (그분은 죄가 없다. 그날 그저 그곳에 있었을 뿐이다.) 이 논문은 “도망의 논리”, 즉 “학습된 혐오의 자동 실행”을 해부한다. 가끔은 그냥 무시해도 되는 것 앞에서 우리는 뛰쳐나오고, 비명을 지르고, 인간으로서 살아간다.


“어쩌면, 혐오란 도망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어떤 존재로부터가 아니라, ‘이건 좀 아닌 것 같아’를 믿는 내 안의 허접한 알고리즘으로부터.”



참고문헌


Rozin, P., Haidt, J., & McCauley, C. R. (2008). Disgust: The body and soul emotion. In M. Lewis, J. M. Haviland-Jones, & L. F. Barrett (Eds.), Handbook of emotions (3rd ed., pp. 757–776). Guilford Press.

Curtis, V., de Barra, M., & Aunger, R. (2011). Disgust as an adaptive system for disease avoidance behaviour.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66(1563), 389–401.

Oaten, M., Stevenson, R. J., & Case, T. I. (2009). Disgust as a disease-avoidance mechanism. Psychological Bulletin, 135(2), 303–321.

박참치. (20XX). 왜 나는 사회적 시선보다 바퀴벌레를 더 무서워했는가 — 화장실 도주기록 4년 분석. 고뇌출판사.

프랑스자수. (20XX). 도망칠 것인가, 싸울 것인가, 아니면 토할 것인가 — 혐오 반응 3중 모드 제안. 방배동정신신경과학연합.

물리망나니. (20XX). 무당벌레의 미소: 곤충 미감의 기원과 철학. 푸른다리출판.

기윤이. (20XX). 나는 왜 다리가 여섯 개인 자와는 대화하지 않는가 — 절지동물 커뮤니케이션 실패의 역사. 벌레문해력연구소.





바퀴벌레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바퀴벌레가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장 두려웠다.





※ 보론 — 사랑은 혐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가

이 논문은 혐오의 수식적 구조와 박참치 개인의 비명 내역을 중심으로 서술되었으며, 당연하게도, 바퀴벌레에 애정을 느끼는 분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세계엔 분명히 존재한다. 바퀴벌레의 윤기 나는 등껍질에 로망을 품는 자, 지네의 굴곡진 마디를 섹시하다고 여기는 자, 민달팽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 ‘너는 촉감의 시인’이라 읊조리는 자들이. 그들에게 있어 이 논문은 지나친 일반화이며, 불쾌한 편향이고, 심지어 생물 다양성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 이에 박참치는 숙고 끝에 다음과 같은 고백을 덧붙인다.

“죄송합니다. 본 논문은 지극히 주관적인 공포 체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로는 곤충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돈벌레는 다리 많은 고양이다’라고 말하는 분도 계십니다. 저는 아직 그런 아름다움을 느낄 정도로 성숙하진 못했지만, 언젠가 혐오 대신 ‘어머 귀여워~’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꿉니다. (아니 사실은 안 오기를…)
혹시 이 논문에 불쾌감을 느끼신 곤충 애호가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리며, 여러분의 사랑이 이 세상을 더 넓고 따뜻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바퀴벌레도 사랑받을 수 있다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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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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