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찾아오는 불안감, 친구인 두려움도 함께 찾아온다.
웬만하면 안 보고 싶은 녀석들인데, 이놈들은 온다는 기색도, 노크도 없이 찾아오곤 한다.
덕분에 심장은 건강하지 않게 두근거리고, 그리하여 내 수명은 단축되고 있을 것이다.
여느 때처럼 차를 운전하며 잘 가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나?" 하며 안부를 물어온다.
그렇게 안부를 시작으로 무례하게 많은 질문을 해온다.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다른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닐까, 돈은 언제 모으고, 결혼은 할 수 있을는지, 살면서 내 자식은 볼 수 있으려나, 글의 소재가 바닥나면 어쩌지 등.
주변에서 안부도 서운하지 않게 물어오곤 한다.
흔히들 지금 내 나이는 청춘이고 불 살라야 할 때이고 연애도 많이 해보라는데.
혹은 적지 않은 나이인데 준비해야지 같은.
주변의 전혀 도움 되지 않는 말들과 스스로 비교의 굴레에 가두고 불행을 자초한다.
그래, 청춘이라 아픈 건 알겠고 충분히 방황 중인데, 덕분에 자연인이 되겠네요.
불안감은 잠도 편히 재워주질 않는 고문을 행한다.
이상하고 때론 기괴한 꿈들로 자고 일어났는데도 개운하지 않다.
그뿐인가.
불안감이 심해질 때는 알람 필요 없이 심장 두근거리는소리에 잠에서 깨곤 한다.
이 불안은 강박이라는 맛없는 열매를 맺는다.
불안해할수록 두려움이라는 뿌리는 점점 깊고, 단단하게 박힌다.
열매도 물론 무럭무럭 잘 자란다.
강박은 불안을 잠재우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그렇게 서서히 두려움에 잠식되어 눈이 반쯤 풀려갈 때, 고개를 한두 번 흔들고는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본다.
도로 곳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가만히 서 있는 나무를 만져본다.
거칠거칠하면서도 시원한 피부.
어떤 강인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인지 보는 것만으로든든해지곤 한다.
날이 추워져 잎이 떨어져 갈 때조차도 전혀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아 보이던데.
따스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처럼 푸른 잎들이 풍성하게 자라 손을 흔든다.
그들은 어차피 다 지나갈 걸 알기에 저렇게 태연한 걸까.
불안에 떨고 흔들리기를 무수히 반복한 나날들인데도, 지나갈 것임을 알고 있는데도 난 그들의 태도를 따라 할 순 없었다.
그래, 단단하지 못하다면야 춤을 추듯 휘청거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