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연애 주제를 다룰 때

by 김소영


어느 타로 상담가는 그의 저서에서 고백하기를, 내담자의 고민이 너무 심각해서 상담 도중에 울어버렸다고 했다. 그의 내담자는 오히려 괜찮다며 상담가를 위로했다고 했는데, 너무나 인상적인 내용이어서 잊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지만, 아마도 불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과 사의 이야기였을 걸로 추측된다. 사람의 의지로 막을 수 없는 사건 같은 것들이다.


이에 비하면 불륜은 그나마 내담자의 의지와 선택으로 지금의 갈등을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당사자인 내담자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문제이고 민감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웬만한 신뢰가 형성된 사람이 아니라면, 함께 타로를 보면서 깊게 상담하기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내 경우에도 상담 중에 불륜에 관한 내용이 꽤 있었다. 이러한 상담을 시작할 때는 내담자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내담자의 관점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다.

예를 들면, 내담자의 연인이 아내가 있는 상황에서 내담자를 만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내담자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하며 붙잡고 있지만, 내담자의 질문에 대하여 타로가 나온 대로 해석하기 이전에 상담가는 이미 이 관계에 대한 통찰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통찰은 그대로 둔 상태로 내담자의 질문에 대하여 답을 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정말 신비스럽게도 타로 카드는, 현재 내담자의 상황을 그대로 읽어주며 앞으로의 상황 또한 있는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이때 상담가가 도중에 끼어들지 않고 타로가 나온 대로 해석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담자의 질문에 집중하면서 추가 질문에 대해서 카드를 뽑고 해석해 나가는 도중에, 내담자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판단을 하면 좋을지 스스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된다.

물론 모든 불륜이 사랑이 아니거나, 모든 사랑이 진실하다고 할 수는 없다. 연애하는 당사자의 상황은 모두가 특별하고 각자가 유일한 상황이다.


내담자는 어느 순간, 타로 해석을 들으면서 상대방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욕심이 들어간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관계에서 충분히 걸어 나올 수 있다는 힘을 얻는다.

데이팅 앱 하나면 언제든지 누구든 만날 수 있는 시대에 어쩌면 너무나 보수적인 상담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담자는 진심 어린 관계를 바라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연애를 진심으로 대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고민도 깊었을 것이다.


반면에 내담자의 연인은 앞에서는 달콤한 말을 하지만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번번이 내담자를 실망하게 했다면, 상담을 통해 내담자는 자기 모습을 보게 된다.

반복되는 괴로운 연애의 시간을 이제는 멈추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때는 분명하게 결론을 말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담자 스스로 이 연애의 문제점을 알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의 사랑이 진심이었고 비록 힘든 과정이 있었으나,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면서 서로 합쳐지는 결론을 나는 아직은 본 적이 없다.

심지어는 어느 한쪽이 이혼하고 솔로가 되었는데도 두 사람은 이어지지 않았던 이야기도 있었다.

어쩌면 아름답게 끝맺어지는 사랑 이야기가 나에게는 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름답게 맺어졌다는 결과보다도 서로가 어느 정도로 진심으로 이 사랑을 이어갈 힘이 있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경험이 부족한 상담가에게는 불륜이라는 상담 주제가 다소 무겁고 버거울 수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담자를 존중하며 내담자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을 잘 듣고 질문에 대한 카드 해석을 있는 그대로 해 나가다 보면, 내담자가 반응해 온다.

스스로 어떤 깨우침을 얻게 되어 홀가분하게 상담을 마치게 되고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한다.

물론 자신이 이미 정해서 들고 온 답이 있는데, 그 답이 안 나왔을 때는 따지거나 거칠게 반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백 중의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상담을 마치며 내 기분도 좋지 않았지만,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다.

카드가 나온 대로 성실하게 답변해 주었는데도 이런 불만족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오히려 정답을 들고 온 내담자의 의중에 맞춰서 상담하느라, 해야 할 상담을 하지 못하고 내담자를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 달콤한 말만 한다면 상담 윤리에 벗어난 일니다.

내담자가 걸어야 할 올바른 길을 방해하는 상담이 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상담 일화 중에서 가장 어이없는 일이 하나 있다.

어떤 내담자가 연애운을 상담했고 헤어지게 된 상황에서 재회 운을 상담하게 되었다. 힘든 여정 끝에 그들은 결혼했으나 이혼하는 과정까지 상담이 이어졌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한 사람과의 연애가 결코 다시 이어지기에는 무리였다면 그 내담자는 깨끗하게 상대방과 헤어지고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나는 방식으로 연결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이혼까지는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타로 상담은 자칫 잘못하면 한 끗 차이로 내담자를 스스로 판단하고 독립해서 삶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자신의 고객이 되어 수익을 올리는 일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상담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타로 상담은 쉬워 보이지만, 여러 분야에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신의 상담 실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 보면, 상담을 시작하기가 어려워진다. 진심으로 내담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진행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윤리에 어긋난 무리한 상담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상담 방법을 깨쳐 나갈 수 있다.


연애 주제에서 민감한 상담이 시작되었을 때는 내담자의 질문을 잘 들으며 집중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진심 어린 상담을 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평소에 여러 주제의 책을 읽으며 특히 인문학이나 사람과 사랑에 대한 주제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연애 경험이 부족하다면 책을 통한 간접 경험도 중요하다. 틈틈이 영화나 소설을 보는 것도 사랑의 섬세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상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내담자를 이해하는 공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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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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