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청년 예술인X기획자 아카이빙 취재 : 유명진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시각예술가 수우림입니다.
사회 속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탐구하고 다양한 정체성과 감각을
포용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 어떤 활동, 작업을 하시나요?
평면 회화를 메인으로 입체, 설치도 복합적으로 하면서 고정관념과 인식의 오류, 사회적 편견을 주제로 이러한 틀을 교란하거나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고정관념에서 조금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대개 다른 걸 부정적으로 말하는데 저는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이러한 성향이 반영된, 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신체 조각 시리즈’는 아름다움이란 우리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신체의 일부를 형상한 이 작품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익숙함 속에 미묘하게 어긋난 조금 다른 몸을 발견하게 되는데. 사회가 규정한 아름다움, 특히 비장애인 중심의 신체 이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보통이라 여기는 기준을 다시 보게 하고자 했어요.
- 작업에서 가장 신경 쓰는 지점이 있다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가 큰 것 같아요. 어떻게 해서든 내 과거나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계속 찾으려고 노력해요.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항상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나와 연결된 것들을 살펴봤을 때 어쩔 수 없이 타인과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고, 또 고정된 하나의 중심이 없이 다양한 지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치우쳐서 생각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인 듯도 하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뭔가 한 가지로 정해지는 걸 선호하는 데에 반해, 저는 그 안에서 계속해서 유동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아요. 계속 다른 생각을 꺼내게 하고 소수자를 바라보게 하는 그런 작업들. 결국 모두는 다르다는 점,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매체에 대한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특히 유동성이 짙거나 사람들이 다소 꺼려하는 재료 혹은 거칠고 불완전한 성질을 지닌 물성을 다루고 싶어서, 최근 크랙 미디움을 사용한 작업 연구 중에 있습니다.
‘Flowing Mountain Series’를 제작할 때부터 생각했던 게 보통 페인팅하는 작가들은
크랙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크랙이 물성에 대한 혼합 오류나 습기 문제 때문에 나타나는 오류라고 여겨지니까요. 저는 그 당시에 그런 인식이 싫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제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실수라고 여겨지는 것에서 ―반대로 작품이기에 실수가 의도로 비춰지는 것까지― 모순된 이중성을 느꼈고 또 그것이 갈라짐의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크랙 미디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Crack Series’ 작품은 회복과 파괴, 진짜와 가짜 사이의 모순된 경계를 크랙이라는 시각적 장치로 드러내며, 감정의 긴장을 유발하는 시리즈입니다. 갈라진 표면은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틈으로서 정체성과 인식의 양가성을 품고 있으며, 하나의 얼굴 위에 서로 다른 해석이 공존하게끔 만들었어요. 완전함보다는 균열을 응시하고, 그 긴장 속에서 진솔하고 섬세하게 타자와 자신을 바라보려는 시도죠. 작업이 시각적으로 주는 폭발성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크랙을 만들 때마다 이래도 되나 싶다가도 좀 어긋나도 크랙의
물성 덕에 실수로부터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웃음)
이걸 이어서 영상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언어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파편이나 인식의 흔들림을
영상의 언어로, 시간의 흐름과 움직임을 통해 표현해 보고 싶네요. 그리고 일상적인 면에서는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고 작업해 보는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작업에 자극을 주는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갈망하고 있는 지점이에요. 단체전, 개인전, 프로젝트, 레지던시 등 미술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해 왔는데, 최근에는 일방적으로 작품을 제시하는 전시보다 공통의 주제를 함께 탐구하고 비교적 긴 호흡으로 연구하며 참여자 간의 소통이 활발한 프로젝트형 전시에 더 관심이 가서 여기에 임하고 있기도 합니다.
협업하고 싶은 특정 작가는 생각해두지 않았는데, 퍼포먼스 작가 분이랑 작업을 통해 일시적으로 그 장소에서 다 끝낼 수 있는 작업들이 요즘 좀 끌려요. 시각 예술과 퍼포먼스가 만나는 지점에서 몸의 감각과 인식을 풀어내는 작업도 해보고 싶네요.
아니면 키네틱·공학 쪽으로 정통한 전문가들이랑 협업하고 싶어요. 키네틱이나 AI 기술을 사용한 협업을 통해 인터렉티브한 오류나 왜곡 등을 같이 이야기하는 거죠. 이런 이야기들을 최근에 AI 작업으로, AI를 창작자로 보면서 저와 협업을 할 수 있을지 시도해 보고 있기도해요. 얘가 얼마나 주체성을 가질 수 있는지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실험하고 있어요.
생각을 해봤는데 전문 예술인이라면은 모든 분야가 그런 것 같은데, 불가피하게 남과 경쟁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 경쟁해야 되는 것도 맞는데, 작업이 내 안에서 고이지 않기 위해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는 자기를 알려야 되고 예술가로서의 인정도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경쟁이 필연적인 거죠. 내보이지 않고 혼자 작업하는 걸로는 전문예술인이 되기 힘든 것 같아요.
내가 내놓은 것들이 평가되는 게 당연하다고 느껴져서, 비평을 피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자기 객관화도 필요하고요. 작가로서 끊임없는 질문과 비판적 성찰,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연구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예술을 놓지 않고 계속 위를 바라고 싶긴 해요.
사실상은 좋은 작업을 통해 시대를 흔드는 작업을 하고 싶은 게 맞죠?(웃음) 아직은 그런 욕구가 있어요.
그런데 알려지기 위해서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을 하지는 않을 것 같고,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일들을 하면서 그 속에서 가장 좋은 작업을 뽑아내고 싶은 것 같아요.
만약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린다 하더라도 하고 싶은 작업의 형태가 워낙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것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솔직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까? 제아무리 내가 원하는대로 하겠다 마음 먹어도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이상적인 기준이 사라지면 지금처럼 마음 졸이진 않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를 실현시키는 것이 수우림 작가님의 작품이었다. 결함과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루어진 모습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이러한 작업을 하는 작가님과의 이야기에서는 어떠한 정해진 틀도 편견도 없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어 : 유명진
사회의 이슈를 외면하기에는 조금 예민하고 주변에 편재한 문제를 느끼기엔 조금 둔감한 어중간한
사람으로서 붕 뜬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으로 연결되는 감각을 좋아하여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애매한 감각으로 기준선에서 삐죽 튀어나온 부분을 그러모아 전시 기획을 한다. 기획한 전시로는 《통 속의 추구미 너머》(2024), 《단면의 총합》(2023), 《보물찾기: 빼앗긴 호기심을 찾아서》(2023) 등이 있다.
본 인터뷰는 2025년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문화특별의제
‘문화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