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누아의 사계 : 리듬편
《헤누아의 사계 : 리듬편》
관계 속 엇박자와 쉼표를,
그리고 회복의 리듬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 Awakened Eve Network
관계의 엇박자를 마주한, 쉼표와 치유의 기록
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있던
깊고 짙은 암흑을 가로질러
그대의 굳게 닫아버린 마음을 보며,
우리를 위한 메스를 듭니다.
그 메스는,
바로 이전의 우리 관계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다른 모습들을
비춰주는 것이에요.
나는,
우리를 위해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 급히,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느라,
거의 매일, 매순간을 붙어 지내느라—
어쩌면,
내가 정말로 잠이 부족하고
삶이 부족하여 예민할 때에만
당신의 한숨을 듣느라—
그래서 나는,
우리가 미래에 함께할 시간을 위해,
지금 당신과 나 사이에 쉼표를
내려 놓습니다.
⸻
우리,
그동안 서로 참 많이도 미워했지요.
나는 당신을
너무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도움이 되고 싶었나봐요 나는.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서로에게 진심이라—
관계란 오랫동안
길고 유연하게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리듬과도 같을진대,
우리는 서로,
너무 빨리 해결하고 싶어서
서로에게 너무 진심으로,
열심히,
서로 다른 악보를 보면서
서로 다른 음을 연주했었나봐요.
그래서, 우리 사이는
그토록 불협화음이었던 것일까요.
⸻
먼저,
지친 내 마음과 몸을 다독이고,
충분히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과
좋아하던 디저트도 먹겠습니다.
그래야,
내가 먹는 모습을 좋아하던 당신을
다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들려오던 당신의 말이
내 귀에서 잠시라도 고요해진다면-
나는 그제야,
나를 향한 당신의 말이 아닌
나를 위했던 당신의 행동이 눈에 아른거릴지도 몰라요.
당신은 참—
내가 추위를 많이 타
얇게 입고 다닐 때마다
걱정과 짜증을 함께 하던 사람이었죠.
그 짜증 속에도 담겨 있던 애정을
기억해내야만,
그래야만 내가,
당신의 마음을
헤아려볼 여백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
나,
그대를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기엔
우리는 아직 서로의 여백이 부족한 것 같아요.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을 때에,
우리 사이에 멈추어진 라디오 테이프는
다시 재생될 수 있길.
우리 사이의 쉼표가,
내가 당신의 진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나도 당신에게 있어서
있던 나를,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기를.
그렇다면 언젠가 나도
잘 몰랐던 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
그렇게,
사계가 흐르는 악보처럼
우리 관계의 엇박자의 리듬에
쉼표를 두어야 할 때,
우리가 서로를 위해
그 쉼표를 둘 수 있기를.
그러나 너무 늦지 않기를.
빛이 우리 사이에 스며들어
마침내 서로의 얼굴을 다시 바라볼 수 있기를.
⸻
그리하여,
나는 세상에서
가장 무심하고, 괴상하며,
누구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그러한 메스를 들어—
우리 사이에 혹처럼 생긴 살을 째고,
그 안에 너와 내가 심은
염증을 짜내며—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고도
우리를 위한 따듯한 수술을 연주합니다.
(리듬의 에디션)
A Glass of Rhythm
헤누아의 바텐더, 썬데이가 준비한
오늘의 한 잔은 ‘리듬의 잔’입니다.
즉흥 속에서도 질서가 흐르고,
혼돈 속에서도 사랑이 깃드는
그 잔의 울림처럼—
오늘 하루, 당신의 감정이
아름다운 리듬으로 연주되길 바랍니다.
【'공명하는 인류 : 헤누아의 리듬'은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