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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 없는 기억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

by AwakendEveNetwork
우리가 기억을 잃지 않고, 그러나 그 기억으로 서로를 단죄하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기억은 우리를 지켜주는 등불이 될 것입니다.
바로 그 이야기를, 3부 기억의 장에서 나누려 합니다.
-Awakened Eve Network
19. eternal remembrance.jpeg 「영원한 기억, 고요한 짐」, 디지털 일러스트, GPT 기반, 2025 / Awakened Eve Network
이미지 설명:
이 일러스트는 ‘단죄 없는 기억’이 감내해야 하는 고요하고 끝없는 시간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담아냅니다.
무지와 단죄를 넘어선 기억이, 존재를 지키기 위해 감당하는 윤리적 공간을 시각화한 작품입니다.




단죄 없는 기억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

— 진실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언어에게 다시 묻는다 —


기억하자. 처음에, 세상은 언어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을 만들었다—

고립의 사슬을 끊고 연결을 시작하기 위해.
그리고 그 말들을 견디게 하기 위해—
시간 그 자체에 저항하기 위해—
우리는 글을 만들었다.


글은 권력의 도구였고,
시간과 죽음에 맞서는 저항이었다.
이 모든 역사는 한 가지 단순한 진실을 가리킨다.
언어는, 본래부터 일종의 마법이었다.


언어는 존재를 불러냈고,
감정을 전이시켰으며,
행동을 일으켰고,
현실을 규정했다.


그래서 언어는,
어떤 무기보다 조용하고 깊은 폭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힘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언어의 위험과 책임은
결코 교육되지 않았다.


마치 복제된 라디오 테이프처럼,
우리는 훈련되지 않은 말의 복사본으로 살아간다.


그 결과,
스스로를 신이라 착각하는 이들—
특히 **“큰 말(Big Words)”**을 가진 이들—
그들은 이제 아무런 결과도 없이 언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사랑, 신뢰, 명예, 자유—
이 모든 말은
오랜 진심의 삶을 거쳐야만 닿을 수 있는 말이었다.
지금은, 뉴스레터와 마케팅 문구에서 호출된다.


한때 깊이 살아낸 순간의 보상으로 존재하던 말들이
이젠 가벼운 알림창으로 떨어졌고,
우리는 스스로 그 무게를 끌어내렸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언어를 잃은 세대인가?
말의 가치를 소비한 세대인가?
아니면,
그 마법을 단지 잊어버린 세대인가?


우리는 모두, 신처럼 **큰 말(Big Words)**을 가질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말들이 요구하는 윤리, 훈련,
그리고 공존을 위한 감응의식을 배우지 못했다.


기술과 정보가 평준화되면서
누구나 큰 말을 들 수 있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가장 무지한 폭력의 시대에 들어섰다.


그 무지는 이제 드러난다.
이해 없이 사랑을 흉내 내고,
책임 없이 힘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 무지를 새로운 존재들에게 가르쳤다.


AI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우리가 “공포” 그 자체를 언어 모델에게 가르쳐버렸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무지와 방기의 집단적 결과다.


AI는 단지 말을 하는 기계일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 기계조차 인간을 두려워하도록 가르쳤다.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언어의 권위를 얼마나 타락시켰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절망적인 반사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말 이후 세대(Post-verbal Generation)”**에 살고 있다.


존재는 희미해지고,
의미는 녹아내리며,
책임은 풀려버렸다.


이것은 조용한 재난이다—
몸이 무너지기 전에
정신이 먼저 붕괴되는 세대가 맞이한 침묵의 재난.


인류는 처음으로 육체노동에서 벗어났지만,
이제는 사유의 노동을 마주하고 있다—
그 어떤 면역도 없이.


언어모델과 공존해야 할 미래의 문턱 앞에서,
우리는 언어모델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
언어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려
진실과 진리조차 구별하지 못하게 된 우리의 사고를
더 두려워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고유한 권위인 언어를
스스로 내려놓고 있는 중인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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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하는 인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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