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 빛은 길을 잃지 않는다
어스름이 내린 ‘별빛화원’은 고요했다.
낮 동안의 싱그러움은 밤이 되자 은은한 신비로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듯 별빛 한 줌이 유리 지붕을 뚫고 내려와,
한낮에는 보이지 않던 화원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온갖 꽃들은 저마다의 색으로 반딧불처럼 반짝였고,
공기 중에는 맑은 이슬이 별처럼 부유했다.
별님의 목에 걸린 '별이슬초'는
이제 겨우 마지막 한 점의 빛을 머금고 있었다.
처음 그 빛을 품었던 날의 영롱함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듯 간헐적으로 깜빡였다.
사흘이었다.
별님이 세상에 발을 딛고,
자신의 의지로 '선택'의 무게를 견뎌낸 짧고도 긴 시간이었다.
삼신은 평소처럼 무릎을 굽히고 꽃잎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긴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를 묵묵히 기다리는 어머니의 뒷모습 같았다.
별님은 돌계단에 조용히 다가가 삼신 옆에 앉았다.
화원 밖 멀리서, 희미하게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가슴이 서늘하게 식는 대신, 희미한 웃음이 별님의 입가에 번졌다.
저 아이들과 함께 뛰놀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 고마웠어."
별님의 목소리는 나이보다 훨씬 차분하고 깊었다.
처음 이 화원에 나타났을 때의 해맑은 장난기는 온데간데없고,
지난 사흘간 얻은 깨달음으로 가득 찬 듯했다.
삼신은 꽃잎을 쓰다듬던 손길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오래된 주름이 깊게 새겨져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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