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통장과 꿈 사이에서

by Benjamin

퇴직금이 전부였던 현실적 창업 자금


"창업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해?"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합니다. "나는 창업할 계획을 가지고 돈을 모으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 가족 생활비로 지출되었고, 집을 구하면서 대출받은 이자도 아직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솔직히 모아둔 돈이 거의 전무했어요. 특별히 금융 쪽에 그동안 관심이 없어서 별도의 금융 관련 투자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 더욱 특별히 창업자금을 모아두지 못한 케이스였죠.


많은 창업 서적에서는 "창업 전에 최소 1년 치 생활비는 준비하라", "충분한 자금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라"라고 조언합니다.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죠.


50대 가장에게 창업은 때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기도 합니다. 나처럼 회사의 경영악화로 퇴사하게 되거나, 구조조정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게 되는 경우들 말이에요. 그럴 때는 완벽한 준비보다는 용기와 결단이 더 중요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창업을 계획하면서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창업자금을 먼저 확인해 봤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어요.


정부지원사업의 달콤한 유혹과 냉혹한 벽


"창업하세요? 사업하세요? 정부지원받으셔야죠? 하지만 어렵죠? 제가 받아들일게요?"

요즘 SNS 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멘트입니다. 저도 이 말에 속을 뻔했습니다.


정부지원으로 창업자금 받는 것은 손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투자받을 상황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 및 지원사업에 맞게 사업계획을 이어나가야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기는 거지, 단순하게 '나 사업할래' 하면 지원해 주는 것이 절대 아니었어요.


나는 전 직장에서 경영지원부서장을 했었는데, 당시에 전 직장이 공장을 건립하고 제조 설비를 도입할 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해 주는 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 및 평가를 받아 2년에 걸쳐서 총 70억 원 정도의 지원사업도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솔직히 지원사업을 조금만 노력하면 받을 줄 알았어요.


그리고 요즘 사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온갖 SNS에는 정부지원사업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정부지원금 100% 수령 보장!", "창업자금 걱정 끝!" 같은 화려한 문구들이 눈에 띄었죠.


하지만 막상 지원사업부터 찾는 것이 쉽지 않았고, 지원사업이 결정되어 게시가 되더라도 창업 단계, 특히 개인사업자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받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고 문턱도 상당히 높았어요.


나는 그래도 전 직장에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원사업에 신청하는 것부터 사업계획서 작성하는 것까지 자신이 있어서 혼자 도전하기는 했는데, 상당수의 사람들은 SNS 속의 지원을 받아주겠다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수수료를 납부하면서도 지원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고 보게 되었어요.


저도 몇 번 지원사업 찾는 것도 어렵고 몇 번 조급한 마음에 섣부르게 도전했다가 고배를 맛보고서 SNS에서 떠들어대는 중개인들 몇몇에게 연락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몇 가지 질문 '사업자 번호는 있냐?' '예전에 지원받은 적 있냐?' '사업아이템은 뭐냐' 등 가장 기초적인 몇 개의 질문만 던지고 '몇 월에 어디 공단에서 무슨 창업자금 신청이 시작되는데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받을 수 있도록 해줄게'라고 하며, 일단 자기들이 신청을 대신해주는 작업비로 얼마, 그리고 지원금 받으면 지원금의 몇 프로 우리한테 줘야 해. 그리고 계약서 써야 해"라고 하면서 그다음부터는 내 개인정보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개인정보는 주지 않았고, 오히려 '응 그 사업은 나도 알고 있어, 그건 내가 신청해도 되는 사업이고 다른 좋은 사업은 없어?'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연락이 없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독자분들께 솔직한 조언을 드리자면, 속된 말로 중개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통해서 지원사업을 신청한다고 해도 내 사업계획 자체가 부실하거나 부족하거나, 내 계획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면 지원사업에 합격할 확률은 낮습니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각 지원해 주는 기관의 공무원들이 가능한 지원 해주기 위해 노력해 주기 때문에 중개인을 통하든 안 통하든 결과는 거의 같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내가 해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인데 수수료만 나가서 가뜩이나 어려운 자금에 지출만 생기는 꼴이 발생합니다.


나는 창업 당시에 지원사업을 받을 수 있는 것부터 찾기 시작했지만, 개인사업 초창기에 받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 지원사업의 기본이 1년 이상의 사업 영위를 했어야 하고, 일정 금액의 매출이 있어야 가능했어요. 지원사업도 거의 대부분 저금리로 정부에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었기에 일정 이상의 매출은 필히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지금도 창업을 계획하면서 정부 지원사업을 생각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정부지원사업은 지원 및 심사 절차가 길기 때문에 급한 자금 계획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전체 자금 계획상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자금계획에 충당하는 계획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신용등급 하락과 가족의 무한 신뢰


우선 나는 사무실이나 집기 등의 비용은 최소로 진행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어요. 내 제품을 만들어야 했기에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 외 나머지 비용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했고, 초기 창업자금은 우선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자본금으로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했어도 초기에 함께 동참했던 직원들의 급여도, 그리고 최소한으로 쓴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하는 고정비용 등이 발목을 잡았어요.


여하튼 자금 계획을 깊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우선 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내가 회사를 다닐 때와 다니지 않을 때의 대출은 확연하게 달랐어요.


대출 한도가 줄어들었고, 금리는 높아졌으며, 빌려주려고 하는 금융회사들도 적었죠. 그러다 보니 여러 금융회사를 알아보고 적은 대출을 여러 회사에서 받다 보니 신용등급은 점점 떨어져 갔어요.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어요. 20년 넘게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며 쌓아온 신용이 창업 몇 개월 만에 무너져가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언제까지 대출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었기에 빨리 내 제품이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특히 나는 초기 제품에 대해서는 마진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제품 하나하나의 마진에 신경을 쓰게 되면, 아직 바이럴도 되지 않는 제품을 홍보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단은 제품 하나하나의 마진을 신경 쓰지 않고 빠르게 제품을 판매하여 월 매출이 월 고정비용을 뛰어넘을 수 있게, 그리고 그 판매량이 매월 고정적으로 일정량 이상이 팔리게만 만들어서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기만을 바랐고, 지금도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가족이라는 이름의 든든한 뒷배


솔직히 지금도 자금적인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고마운 것은 가족이에요.


우리는 흔하게 중년의 가장들이 회사를 퇴사하거나 퇴직 이후에 퇴직금을 투자하여 실패한 이야기를 듣거나 보곤 해서, 가족들은 일말의 불안감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아빠의 무턱대고 진행하는 사업 계획에 걱정보다는 지지를, 잔소리보다는 응원을 해준다는 것에 지금도 용기를 얻고 힘을 내고 있어요.


아내는 한 번도 "그만두고 다시 취업해"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조금 힘들어도 끝까지 해보자"며 응원해 주었죠. 아이들도 "아빠가 만든 제품이니까 분명히 잘될 거야"라며 믿어주었어요.


어느 날 밤, 자금 계획을 세우다가 답이 안 보여서 한숨을 쉬고 있는데 아내가 차 한 잔을 가져다주며 말했어요.


"여보, 우리가 많이 벌어서 호화롭게 살려고 하는 거 아니잖아. 그냥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살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너무 부담 갖지 마."


그 말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몰라요. 가족의 신뢰와 지지가 있었기에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대출 이자가 올라가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실적인 창업자금 조언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첫째, 완벽한 자금 계획을 기다리다가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때로는 부족한 자금으로도 시작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시작한 후에 빠르게 매출을 만드는 것이에요.


둘째, 정부지원사업은 '보너스'라고 생각하세요. 메인 자금 계획에 포함시키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어요.


셋째, 가족의 동의와 지지를 얻으세요. 자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의 신뢰예요. 혼자서는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줘요.


넷째, 초기에는 마진보다 매출에 집중하세요. 마진은 나중에 브랜드가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빈 통장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때로는 용기 있는 한 걸음이 완벽한 계획보다 더 소중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돈이 없어서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창업이었지만, 결국 시작하고 보니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었어요. 가족의 신뢰, 제품에 대한 확신,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의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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