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서 1로, 첫 주문이 들어왔다

by Benjamin

일주일간의 품질검사, 소비자와의 약속


2025년 3월 25일, 드디어 우리 제품을 인도받았습니다. 그날 우리는 계약된 물류창고가 있는 경기도 이천으로 마치 첫 출근하는 신입사원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어요.


물류창고에 도착한 우리는 가장 먼저 계약된 생산 수량에 맞게 제품이 인도되었는지 수량부터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무작위로 제품을 선별하여 품질검사를 실시했죠. 다행히 외형적인 생산 품질에는 이상이 없었어요.


생산업체로부터 품질검사 서류를 이미 받았고, '이상 없음'이라는 결과를 받았지만, 그래도 우리 제품은 소비자들이 섭취해야 하는 식품이었기에 내부적인 품질관리 기준을 만들고 다시 한번 우리가 품질검사를 했어요.


무작위로 선별한 제품을 가지고 별도의 약식 균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가혹한 조건을 설정해서 제품에 이상이 발생하는지 검사를 진행했어요. 물론 전 직장에서는 이런 품질검사를 할 수 있는 모든 실험실이 구축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나온 대학교 실험실에 사용 허가를 받고 학교 수업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실험을 진행했죠.


실험 데이터가 나오기까지는 대략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어요. 주변에서는 "그 일주일 동안 판매를 하지 않는 게 아깝지 않냐"라고 했지만, 우리 같은 아주 작은 브랜드는 일주일 사이 판매량도 적을뿐더러, 그 적은 판매량의 욕심보다는 소비자와의 품질적인 약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것 역시 우리가 제조사 출신이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일주일의 기다림이 우리에게는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브랜드 철학을 다지는 시간이 되었다는 거였습니다.


500개 샘플의 과감한 투자


드디어 실험 결과에서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판매 중으로 설정을 변경해서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품을 인도받은 지 정확히 일주일 만에 준비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첫 판매를 시작한 거죠.


나는 우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 건강식품이기 때문에 우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수많은 상품의 홍수 시대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다고 해서 절대 우리 제품이 바이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나는 주변 중에서 우리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샘플을 주고, 다시 그 친구들의 주변인들에게 나눠주고 홍보를 부탁했어요.


초기 샘플 수량만 해도 순식간에 500개가 넘게 나갔지만, 난 절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 제품 같이 건강식품이지만 맛도 중요시되는 제품이라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섭취하게 해야 홍보에도 유리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직접 찾아가 샘플을 주고 제품이 왜 좋은지 설명도 하며 다녔고, 거리가 먼 곳에 있는 지인들에게는 택배로 보내면서 일일이 전화로 또 설명을 했어요. 판매를 시작하고 거의 일주일 정도는 샘플 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SNS을 하는 지인들에게는 SNS에 사용 후기를 올려달라고 부탁을 했고, 또 그 친구들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또 그 지인들이 또 다른 지인들에게.. 순수하게 이렇게 하면 자연적으로 바이럴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교과서 적인 바이럴이었어요.


몇몇은 의무감처럼 자신의 SNS에 올려주었고, 몇몇은 그냥 제품을 들고 있는 사진만으로 끝났습니다. 우리가 흔히 SNS에서 볼 수 있는 사용후기를 말하거나 자신의 팔로우들에게 설명해 주는 등의 콘텐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온라인 강의에서는 가구매라는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제품의 리뷰를 올려야 하고 돈이 들어가더라도 팔로우 몇 명 이상의 인플루언서에게 홍보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 저는 제품력이 좋다면 그리고 지인들에게 부탁을 하면 가구매와 같은 꼼수를 부리지 않아도, 팔로우 몇만 이상의 인플루언서에게 몇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홍보하지 않았도 될 거라 생각했던 것이 모두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첫 주문 그리고 편지를 쓰다


판매를 시작하고 지인들에게 샘플을 주기 위해 외부에 나가있던 나에게 직원이 "첫 주문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주었습니다. 속으로 너무 기뻤습니다. '그래 제품력은 인정받는 다니까' 하며 운전하면서 어깨가 힘껏 올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문자의 이름을 들어보니 지인이었습니다. 그 지인은 샘플을 받고 일명 개업 선물 개념으로 구매한 거였죠.


우리가 판매를 시작하고 샘플을 돌리고 하면서 들어온 주문의 대다수는 가족과 지인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주문자들의 이름이 전부 낯익은 이름들뿐이었죠.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하기까지 했습니다. 판매했던 모든 물량이 지인들 아니었음 매출은 0원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판매에 대한 기쁨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난 이것 역시 판매의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했어요. 이렇게 하다 보면 지인이 지인에게 또 그 지인이 그 지인에게 바이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다시 한번 도전할 힘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음식점을 창업했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테니까요. 모든 판매는 이렇게 시작해서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면서 늘어나는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바이럴이 어떻게 날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바이럴 될지가 관건이었죠.


한동안 이런 관계있는 지인들의 판매가 이루어지다가... 어느 날!

들어온 주문을 보니 나와 우리 직원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지역의 처음 보는 낯선 이름의 고객의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그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정말 짜릿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우리는 물류창고를 따로 계약해서 운영했기 때문에 내가 직접 포장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나는 물류창고에 택배 발송을 부탁하며 파일 하나를 전송했어요. 그 주문 건에는 출력해서 함께 동봉해 달라고 요청했죠.


그 파일은 내가 직접 쓴 편지였어요.

비록 손으로 직접 쓴 편지는 아니었지만, 실질적인 첫 주문이었기 때문에 감사의 내용과 함께 우리 제품을 어떻게 섭취하는 게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등을 적어 보냈어요. 그분의 개인정보는 배송 완료 확인과 함께 데이터 삭제를 했지만, 아직도 내 다이어리엔 그분의 성함과 지역을 적어놨어요.


내 인생의 첫 번째 고객님이시니까요.

편지의 힘이었을까요? 그분은 제품을 받고 직접 리뷰도 작성해 주셨고, "효과를 봤다", "그동안 많은 유사 제품을 먹어봤지만, 효과도 바로 봤고, 맛도 좋아서 매일 먹고 있다"라는 리뷰를 남겨주셨어요. 그리고 지금도 꾸준하게 구매해 주시는 단골 고객이 되어 주셨습니다.


라이브 커머스와의 첫 만남


그 이후 우리는 쿠팡과 다른 쇼핑 플랫폼에 입점했고, 아주 소소하게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여전히 판매량은 10개 중에 6, 7개는 지인들의 구매였지만, 조금씩 우리가 모르는 고객들의 주문도 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중에 판매가 없던 날이 더 많았고, 판매가 있던 날도 속된 말로 밥값도 못하는 수준의 매출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문제는 우리가 온라인의 속성을 특히 온라인 마케팅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다소 무식해 보일 수 있지만, 판매를 할 수 있다면 어디든 , 언제든 뛰어다녔습니다. 그 시기가 봄 알리는 4월과 5월의 길목이었기 때문에 지역마다 크고 작은 생활스포츠 행사도 시작을 했던 터라, 주말도 반납한 체 우리는 행사에도 참가하여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판매는 늘지 않았고, 반짝이라도 판매가 느는 것도 거의 없이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판매를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날 무렵, 함께 검도하는 친구의 지인이 좋은 기회를 제안해 주었습니다. 그분이 압구정에서 헤어숍을 운영하는데 거기 손님 중에 우리가 알고 있던 유명 TV 연애 프로그램 리포터를 했던 분이 계신다는 거예요.


그분이 우리 제품 맛을 보더니 괜찮다며,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해 보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 쇼핑몰은 '그립'이라는 플랫폼이었고, 우리 계획상에서는 라이브 쇼핑은 일단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는 쇼핑몰이었어요.


우선 우리는 그립이라는 쇼핑 플랫폼을 조사해 봤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유행하기 시작한 라이브 커머스 쇼핑 전문 플랫폼이었어요. 입점의 절차는 쉬웠지만, 대부분의 판매가 라이브로 이루어지는 플랫폼이었죠.

문제는 수수료였어요. 제안받은 방식으로 판매가 이루어지면 대략 45% 정도의 수수료가 나가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라이브의 특성상 우리가 다른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있는 금액보다는 저렴하게 판매해야 효과를 볼 수도 있었고요.


나는 일주일 정도 고민했어요. 그만큼의 수수료를 내면서 진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진행했다가 시장에서 우리 제품 가격이 흐트러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을 했죠.


결론은 "일단 진행해 보자"였어요. 우선 당시의 판매량으로는 회사 운영이 힘들었고, 그리고 그 한 번의 라이브 판매로 가격이 흐트러질 정도의 제품 바이럴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판매량을 늘려보는 방향으로 진행해 보자고 결정했죠.


3일간의 기적


5월 말, 3일에 걸쳐서 하루 1시간 30분씩 라이브 방송을 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제품 출시 이후 최고의 매출과 최고의 판매량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고객 수로는 약 60명에 가까운 분들이 구매해 주셨고, 제품 수량으로는 약 500개에 가까운 수량을 판매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의 매출을 3일 만에 몇 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비록 이 판매 이후에 그립에서의 판매량은 전무해졌지만, 그래도 나는 중요한 걸 깨달았어요. 판매의 방법을 굳이 단일화할 필요도 없고, 지금 쇼핑과 관련된 플랫폼들의 특성들이 다 다른 만큼 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공부도 그리고 연구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에요.


창업을 하기 전 인터넷상에서는 자신들을 따라만 하면 네이버에서, 쿠팡에서 월에 수천에서 수억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저는 수백만 원의 강의료를 내고 강의를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알려준 대로 해본다고 했었는데 , 결과적으로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걸 제가 직접 해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좋은 마케팅 방법이 많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판매하고 있는 그 플랫폼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들처럼 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플랫폼의 특성들을 공부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내 제품을 누구에게 판매한다는 것은 내가 회사를 다닐 때 회사의 제품을 영업하는 경험과는 다른 경험이었어요. 0에서 1로 간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사업을 하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모르는 고객님의 주문은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증명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그 증명을 해 보이기 위해 공부하고 실행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나이 50이 넘어 왜 그런 고생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인생은 지금부터라 생각하며 오늘도 브랜드와 함께 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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