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t
공장의 개업식은 글로벌 유통 기업의 전용 공장, 그 이름에 걸맞게 화려하게 진행됐다.
글로벌 유통기업 A의 전용 공장 대한민국 Y에 문을 열다.
그 한 문장만으로도 행사의 무게는 충분했다.
고객사 한국 지사장과 임원들, 본사에서 온 외국 임원들,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까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공장은 하나의 상징처럼 소개되었다.
국내 유명 방송사가 섭외됐고, 개업식은 뉴스 전파를 탔다.
인터넷 기사와 지면 뉴스에도 공장은 성공 사례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이건 아직 완성된 공장이 아니라는 걸.
조직은 정리되지 않았고,
생산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으며,
현장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그런데도 겉으로는 완벽한 성공처럼 포장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공장 안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흐르고 있었다.
공장장은 여전히 고객사의 요구가 과하다는 이유로 사사건건 불만 가득한 반응을 보였고,
생산이사는 모든 제형 생산 경험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결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서울 사무소에서는 또 한 명의 임원이 내려왔다.
부사장이었다.
사람은 계속 늘어났지만 문제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누구도 유일한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집중하지 않았다.
대신 뒤돌아서면 같은 말을 반복했다.
“A사 너무 까다롭다.” "굳이 이렇게 까지 감시해야 하나?"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생산하지 않는다."
"이러니 A사 함께 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소문이 나지"
개업식이 끝나고 가을이 되자 고객사는 더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언론에 공개된 사업이었다.
이제는 물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공장은 가장 쉬운 제형조차 불량률 30%를 넘기고 있었다.
결국 고객 본사는 결정을 내렸다.
감사(Audit)를 앞당겨하기로 했다. 다음 해로 예정되어 있던 일정이 당겨졌다.
한국지사의 MOU는 이미 글로벌 내부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로 돌고 있었다.
생산의 불량률은 납품지연으로, 납품 지연은 고객사의 제품 출시 지연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압박은 곧바로 사람으로 이어졌다.
고객사에서는 전문 경영인을 요구했다.
누구의 소개였는지? 아니면 D대표의 결정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곧바로 대기업 출신의 전문 경영팀이 공장으로 출근을 했다.
경영인, 생산 총괄 부사장, 공장장. 세 명이었다.
그들이 들어오면서 조직은 단번에 재편됐다.
기존 공장장은 권고사직.
부사장은 품질 부서장으로.
생산이사는 생산 부서장으로.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전문 경영인이라는 이름과 같이 그들은 달랐다. 서류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생산 문서, 품질 문서, 기준, 절차. 하나씩 오류를 찾아냈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산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불량률이 내려갔다.
현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비로소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였다. 조용히 있던 사람이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G상무. 재무를 맡고 있던 사람.
그동안은 설비 문제, 생산 문제에 묻혀 앞에 나서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기존 임원들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고, 전문 경영팀이 들어오면서
가장 필요한 사람이 재무 쪽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그는 지위가 올라갔다. 공장 내에서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D대표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했고,
모든 판단을 전문 경영팀 쪽에 맞췄다.
나는 그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위치였다.
그전까지는 그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나버린 2개월. 감사 준비가 끝났다.
공장은 매일 야근이었다. 서류를 정리하고,
현장을 맞추고, 기준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3일간의 감사가 시작됐다.
외국에서 온 전문가들이 현장을 직접 돌았다.
설비, 공정, 관리 상태, 서류, 품질 기준.
모든 것을 확인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국지사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어느 정도의 이해는 있었지만, 결론은 명확했다.
“관리 수준을 더 끌어올려라.”
"이대로 진행이 되면 발주 수량을 밀어줄 수 없다."
그래도 Audit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가능성을 보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했다.
공장의 첫 해. 동료들과 겨우 버텨냈다는 느낌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었다.
2023년.
시작과 동시에 또 하나의 일이 터졌다.
전문 경영팀이 퇴출됐다.
이유는 고객사와의 부정 협력 의혹.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운영하던 원료를
고객사에 넣으려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허탈함을 느꼈다.
그나마 조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원점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건
O대표였다.
부사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