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햇살처럼 맑고 포근한
오늘 간만에 대학원 동기 언니를 만나 수다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8월 말 즈음이니, 약 4개월 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언니가 시험 준비 중인 관계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 발짝 떨어져 응원하는 것뿐이었다. 반가운 1차 합격 소식을 듣고 2차 시험을 준비하던 중 짬을 내 나를 만나러 와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는 여전히 정오의 햇살처럼 포근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었다. 언니는 대학원 생활 내내 내게 햇살 같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이들에게도 햇살이 되어줬을지도. 언니의 경청과 공감, 수용은 그간 내가 받아본 적 없던 차원의 것들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당신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어요. 제가 당신이라도 그런 마음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라는 오롯이 공감하는 눈빛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고, 받아들여준다. 가족 외에 누군가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직까지도 참 신기하다. 이토록 맑고 환한 사람이 있다니. 햇살 같은 사람 옆에 있으니 내 마음까지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조그마한 것에도 감사하고 웃음이 터지는 언니 덕분에 나도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많이 웃고 더 자주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언니의 긍정성은 가지고 태어난 거야?”
언니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타고난 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어릴 때는 꽤나 예민하고 소심한 아이였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계속 연습했단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그게 습관이 되어 더욱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언니의 대답을 듣고 내심 놀랐다. 드라마 속 주인공도 이렇게 만들면 비현실적이라고 욕먹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언니는 어나더 레벨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사람이기에, 언니의 성향은 타고난 걸 거라고 멋대로 확신했었나 보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다정하고 따뜻하면서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러한 성향을 타고난(것 같은) 언니를 많이 부러워했었는데, 그게 숱한 훈련으로 만들어진 거라니. 내가 모르는 상대의 어떤 부분을 함부로 단정 짓지 말아야겠다는 걸 또 한 번 느낀 순간이었다.
나는 부정적 사건에는 민감히 반응하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반면, 긍정적 사건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 상대적으로 그 감정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간 이러한 긍정적 / 부정적인 성향은 어느 정도 기질적으로 타고난다고 생각했다. 식구들을 떠올려 보면 그리 부정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긍정적인 편도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든 긍정적으로, 스스로가 편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부러웠다.
언니 왈, 석사 논문 주제였던 ‘긍정 심리학’에 대해 공부하다 접한 사실로는 ‘감사 성향’도 연습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매일 감사 일기를 쓴다거나 하루의 틈새마다 감사한 순간을 떠올려보는 훈련을 통해서 감사한 일에 대한 민감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내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제는 그들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감사 민감도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이미 트여버린 물길처럼 오랜 시간 굳어져 단번에 변화하긴 어렵겠지만, 자주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지 않는가. 작은 감사라도 매일매일 하다 보면 사소한 일에 크게 울기만 하는 게 아닌, 크게 웃기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