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녹이는 한잔, 아이리쉬 커피(Irish coffee)
음료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진다. 때로는 생존을 위해, 때로는 기호와 만족을 위해 어떤 이유이든 형태로든 그것은 인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Are these Brazilian coffees?”
“No, they’re Irish coffees.”
아이리쉬 커피는 2차 세계대전 중 아일랜드의 서쪽에 위치한 리머릭의 포인즈 터미널(Limerick, Foynes Terminal-대서양을 횡단하는 수상여객기(Sea Plane)의 마지막 기항지, 2차대전 이후 수상여객기가 도태되고, 육상여객기(Land Plane)로 대체 되면서 1946년에 폐쇄, 현재 포인즈 플라잉 보트 & 해양 박물관(Foynes Flying Boat & Maritime Museum)으로 운영중)에서
'어느 겨울 악천후로 회항하여 다음 항공편을 기다리는 승객들의 추위를 녹이기 위해 Foynes Restaurant의 요리사 Joe Sheridan이 만들어 제공한 것으로 뜨거운 블랙 커피와 아이리쉬 위스키, 설탕의 조합으로 만들어졌고, 이후 스템이 달린 전용 글라스와 적당한 농도로 휘핑된 크림을 얹은 지금의 디테일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고 이야기 한다. 뜨거운 커피가 섞인 술과 설탕 그리고 크림이 추위를 녹이는데 꽤 좋은 조합이다. 커피에 술을 넣어 마시는 조합은 전통적으로 술을 생산하는 유럽 지역 여기저기에서도 추위를 녹이는 음료로 등장하니, 과연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후 Foynes의 인기 메뉴가 된 아이리쉬 커피는 저널리스트 Stanton Delaplane에 의해 대서양을 건너 샌프란시스코의 까페 'The Buena Vista'에 소개되어 까페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The Buena Vista 의 주장으로는 하루 최대 2,000잔 까지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그니처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아일랜드인들이 이 이전에 뜨거운 커피와 위스키의 조합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기에 이전에도 분명히 존재 하였겠지만 마케팅을 위해 잘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다음은 레시피.
-Recipe
Natterjack C/S Irish Whiskey
Instant Coffee + Hot Water
Sugar
Whip Cream
내 친구의 가게에서 친구의 주문으로 아이리쉬 커피(Irish coffee)를 만들며 인스턴트 커피를 썼는데 친구가 하는 말 "야! 2,000만원짜리 라마르조꼬 머신과 그라인더 세트를 제껴두고 인스턴트 커피를 쓴다고?"
인스턴트 커피를 사용한 아이리쉬 커피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한줄기에 뻗은 작은 나뭇가지(이야기거리)와 함께 Modern Mixology의 관점에서 효율과 인스턴트 제품의 재료로써의 가능성, 그리고 베이스로 사용하는 아이리쉬 위스키의 특징이 보다 두드러지는 레시피(핸드드립커피나 에스프레소의 감상적 요소가 절제된)에 대한 단상이 담겨있다.
현대의 인스턴트 커피의 핵심 기술인 동결건조법은 2차 세계대전에서 수혈을 위한 혈장의 제조를 위해 활용되었고 전후에는 군납용 동결건조식품(특히 인스턴트 커피)의 생산에 활용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2차 대전 중 탄생된 메뉴와의 연장선상에서 하나의 이야기거리로 채택하는데에는 억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리쉬 위스키는 콘(corn)원액 함량이 높고, 아메리칸 위스키의 숙성 기술을 적용한 실키한 풍미의 Natterjack -Cask Strength- Irish Whiskey(ABV 63%)를 선택하여 적정량 사용하였다.
이제 마셔볼 시간이다. '커피는 뜨겁게, 크림은 차갑게, 휘젓지 말고, 커피와 크림의 선명한 대비를 감상한 후 띄워진 크림을 통해 위스키와 커피의 조합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