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호성

정호성


손주 녀석이 다녀갔나 보다

까만 연습장 위에

무슨 글 쓰려했는지

하얀 지우개 밥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하부지 사라해요"

삐뚤삐뚤 받침 없는 글이

파란 댓잎에 쓰여 있고

박항사탕보다 환한 미소

풀잎에 매달려 있고

별빛 같은 눈빛

혹한 견디고 있는 꽃잎에 앉아

수줍게 웃고 있다

이른 새벽

손주가 뿌려놓은

지우개 밥이 출근길을 환하게 밝혀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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