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놓친 첫 번째 동아줄

by 시록


전학을 왔던 그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급격하게 친해졌고


그날은 선생님께서 책을 읽어주시는 날이었다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신다는 건


우리는 교실에 하나 있던 소파와


소파를 둘러싼 카펫 위에 있는 오뚝이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기회였다




아참, 국제학교의 시간표는 정말 특이했다




1,2교시 연달아 수업


간식 시간 20분 (집에서 간식을 싸와야 했다)


3,4교시 연달아 수업


점심시간 60~70분


5,6 교시 연달아 수업




심지어 셔틀버스를 타야 했던 나는


하교 시간도 더 길게 기다려야 했다




하루 중 가장 지친 3교시


하필이면 3교시가 책을 읽어주시는 수업이라


소파를 차지하려는 아이들과


신기한 그 오뚝이 의자에 앉고 싶어 하던 아이들




그 아이들이 넘쳐나던 자리에


그 전학생 친구도 있었고


나와 그 의자를 걸고 가위바위보를 했었다




지고 나서 내가 카펫 바닥에 앉았을 땐


그리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았는데


4교시까지 버티던 시점 다리가 너무 저려왔다




그때 친구에게 내려와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우리는 모두 어렸고, 배려가 익숙지 않았으니


예상했던 대로 거절당했다




그게 뭐가 그리 기분이 나빠서 그랬을까


그냥 조금 아프고 나면 앉을 수도 있고


조금만 참고 나면 다시 괜찮아질 수 있는데




무의식에 그 친구의 손등을 꼬집었다


정말 피가 날 정도로 꼬집었던 것 같다




전학생 친구와 사이는 크게 나빠지지 않았지만


친구는 손에 상처가 지워지지 않은 만큼


나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도 희미하게 남아있었던 것인지


며칠간 나는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




가을 냉전이 불러온 결과는 낙엽바람


스친 낙엽은 내 주위를 맴돌아 다른 친구들에게도 상처를 입혔고




그렇게 그 해 아침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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