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이 곧 실력이 되는 시대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번 달 마감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는 성과로 생존하고 굴러간다.
성과는 곧 얼마나 이익을 남겼느냐로 판가름 나고, 이익의 경중에 따라 희비는 엇갈린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정기적으로 성과를 가늠하는데, 직장인에게는 매우 익숙한 '결산'이 그 방법이다. '월급쟁이'라는 말도 결국 한 달에 한 번 하는 결산 즉, 월 마감에서 유래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 달 벌어, 한 달을 사는 존재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한 가지 재밌는 건, 경제성장이 더뎌지고 삶이 팍팍해지다 보니 결산의 횟수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열두 달, 열두 번의 결산은 주(Week)로 쪼개어지고 심지어는 Daily Report라는 일일보고 체계도 생겨났다.
(작가 주: 실제로 '12'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한 숫자로 간주돼 왔다. 완벽한 주기, 태양의 궤도와 연관된 숫자. 그리스 신화의 신은 12명, 예수의 제자도 12명, 동양의 '12지'도 마찬가지. 피아노 건반은 한 옥타브가 12개 반음으로, 축구공은 12개의 검은색 정오각형이 있으며, 연필 1 다스는 12개, 키보드 기능키도 12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인에겐 마음의 여유가 없다.
회사가 먹고살아야 월급이 나온다는 시스템 속에서, 회사의 이익 창출과 그에 대한 결산을 하고 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을 월/ 주/ 일일 단위로 챙기다 보면 더 그렇다.
마음의 결산은 언제?
돌이켜 보니 정말 그랬다.
회사를 위한 전략 보고서, 마감과 결산 보고서. 지난보다 성장을 왜 더했는지, 못했는지. 이익금이 얼마 남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엔 무엇이 문제인지를 쪼개고 쪼개 그 이유를 알아낸 게 몇 번일까. 수도 없었고, 거기에 들인 정성과 마음의 밀도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무엇이다.
하지만, 그러한 정성과 노력을 내 마음을 위해 해 봤냐는 질문을 한다면 뭔가 허무함을 느낀다.
나는 내 마음의 결산을 한 적이 있는가? 내 마음은 얼마나 성장을 했고, 무엇을 남겼을까? 위기 경영을 해야 할 만큼 망가져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 곳곳에서 힘들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마음 하나 제대로 경영하지 못하면서 회사 일은 잘하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지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물론, 직장인으로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게 맞다. 일을 제대로 못하는데, 삶이 순탄할 리 없으니까. 하지만 마음이라면 그 우선순위가 좀 더 앞으로 간다. 마음이 편해야, 마음이 강해야 일도 잘하게 되는 것이다.
하루, 한 주, 한 달에 걸쳐 성과를 결산하는 것처럼 우리는 '마음 결산'도 해야 한다.
언제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아예 성과를 결산하는 마감에 같이 하면 어떨까? 마감 날, 직장에서는 성과를 결산하고 퇴근해서는 마음의 결산을 하는 것이다.
마음 챙김의 생활화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은 매사추세츠 대학교 의과대학의 존 카밧 진 교수에 의해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엔 '마음 챙김'으로 해석되어 통용되고 있는데, 이 방법은 전 세계 700곳이 넘는 의료기관에서 우울증,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 질병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마음 챙김은 꼭 어느 전문기관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매우 주관적이면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이다. 심리학이 그렇다. 학문으로 포장되어 있긴 하지만, 결국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핵심이니까.
마음 챙김은 불교의 명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다고 꼭 어느 산속으로 들어가 책상다리를 하고 저음의 목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며 참선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과정과 방법은 차용을 하여 현대 심리학자들은 마음 챙김의 단계를 체계화해놓았다.
1단계: 자신의 호흡이나 현재의 순간 같은 특정한 대상에 집주하기
2단계: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그 순간을 알아차리기
3단계: 주의력을 되돌리려는 노력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단 하나.
즉, 자신의 마음에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여 생각과 감정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제하거나 억누르려고 하는 시도는 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 이것은 실전에서 과하게 기쁘거나,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큰 도움을 준다. 예전엔 반응에 그저 대응하던 자신이 스스로의 감정을 인지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일 이따위로 할 거야?"라는 상사의 말을 들었을 때.
실제로, 예전엔 그 말에 실린 감정에만 반응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점심에 먹은 반찬이 맘에 안 들었나, 나한테 왜 그래?'란 생각을 하면서 이를 갈던 시절. 하지만, 지금은 그 안에 있는 메시지를 읽으려 노력한다. '아, 내가 좀 전에 드렸던 보고서에 오타가 있던 건 아닐까?'. 결국, 그렇게 화내면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마음 챙김을 하지 않으면 그 감정에 동요되어 마음을 다치게 된다. 반대로 마음 챙김을 생활화하여 내 감정을 '인지'하고 나면 내가 그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을 알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마음 챙김'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즐기는 편이다.
하나는 점심시간에 10분 정도 이어폰을 끼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는다. 차분한 음악과 함께, 오전에 전화통을 붙들고 유관 부서 담당자와 언성을 높였던 상황을 제삼자의 눈으로 복기하거나 오후에 주어진 마음 무거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그러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정리된다.
또 하나는 '무의식 게임'이다. 스스로 이름을 붙여본 것인데, 잠자기 전이나 통근 버스 안에서 눈을 감고는 떠오르는 감정이나 기억을 인지하는 것이다. 단, 이것에 개입하지 말고 그저 떠오르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 정말로 내가 평소에는 기억하지도 못한 것들이 떠오르거나, 나도 몰랐던 감정이 지나가면서 예상치 못한 영감이나 아이디어 또는 스스로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결산'은 과정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절차다.
회사의 성과와 마찬가지로, 마음도 어떠한 과정을 거치고 무언가를 남긴다. 그것이 동기든, 보람이든, 슬픔이든 상처든. 결국 무언가를 남기게 되는데 우리는 그 과정을 복기하고 남겨진 것들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회사의 생존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생존이 먼저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생존은 결국 마음을 얼마나 챙기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도. 마음을 잘 챙겨야 일도 잘하고, 성과도 낼 수 있다는 것도.
마음 챙김이 곧 실력이 되는 시대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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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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