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Feb 22. 2020

글쓰기의 선물 '통찰'

그 모든 시작이 글쓰기로부터였음을 나는 고백한다.

의문의 순간들


유럽에 주재원으로 있을 때였다. 암스테르담 시내를 걷다가 갑작스러운 의문이 

들었다.


‘왜 집들이 다 기울어져 있지?’


정말이었다. 

오밀조밀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몇몇 집들이 쓰러질 듯, 누군가에게 인사라도 하듯 기울어져 있었다. 만약 내가 의문을 품지 않고 그냥 지나쳤더라면, 바다를 메꿔 만든 지반이 약해 집들이 쓰러져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끝났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다른 질문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왜 세계에서 제일 키가 큰 사람들이 이처럼 작은 차를 타고 작은 냉장고를 쓸까?

왜 네덜란드엔 뉴욕의 지명들이 있을까?

왜 네덜란드 사람들은 더치페이와 더치커피를 모를까?


나는 궁금증 하나하나를 파헤쳐 갔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하며 글을 써 나갔다. 과연 내가 한 의문 뒤에는 명쾌한 해답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과 보람. 그리고 주재원으로서 사업을 위해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을 이해하고, 누구보다 잘 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도 잘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을 알았으면 했던 그 마음이 통하였는지, 쌓아 놓은 글을 보고는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의 첫 책인 『일상이 축제고 축제가 일상인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는 그렇게 출간되었다.


새로운 질문 그리고 ‘통찰’의 선물


의문에 대한 질문은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더 활발해졌다. 

글을 쓰기 위해선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더 풍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전의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글은 별 영향력이 없다. 나 스스로를 관통시키지도 못하고, 첫 독자인 나도 읽을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이전의 나를 벗어나려면 변해야 한다. 나 자신이라는 고유성은 간직한 채, 이전의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맞다. ‘질문’이다!

당연한 것에 우리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질문하지 않으면 당연한 것이 된다. 더 나아가 질문하면 당연한 것들도 당연한 것이 아닌, 뭔가 특별한 것이 된다. 그것은 관점이 변하는 시작점이자 기착점이다. 당연히 기울어졌다고 생각하는 암스테르담의 집들에 질문을 던지면, 그 기울어진 집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꼭대기의 도르래를 보여준다. 이전엔 보이지 않던 것이다. 그리곤 좁고 높은 집에 짐을 넣을 때 도르래를 이용하여 그 물건을 끌어올리는데, 벽면이 수직이면 물건들이 벽에 부딪치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그 집들은 나에게 반문한다. 그래서 일부러 외벽을 기울여 놓은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내 삶에 대한 관점은 조금 더 넓어지는 것이다.


당연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을 새롭게 보는 것. 새로운 질문으로 가능한 그것들과 그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글쓰기는 질문을 하게 만들고, 통찰이란 선물을 안겨준다. 

그렇게 글쓰기는 나로 하여금 일상에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늘어나는 물음표만큼 삶은 느낌표로 다채로워진다. 새롭게 보이는 것들에 대해 쓰면 기분이 참 좋다. 새롭게 보이는 그것들은, 질문을 던지기 전까진 새로운 것들이 아닌 당연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것에 대해 쓰면 당연한 글밖에 안 나오는데, 그것은 결국 누구도 관통할 수 없는 글이 된다. 그저 묘사하거나,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거나, 읽히기는 하되 별 감흥이 없는 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글쓰기는 삶에 질문을 던지게 하고 통찰이란 선물을 준다. 

통찰은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되고, 그 수준은 점점 더 올라가 보다 새로운 것들을 보게 해준다.


두 번째 책인 『직장내공』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나에게 남는 건 무얼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분명,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고 깨달음이 있을 것 아닌가?

더불어, 나와 같이 힘들어할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직장 생활에서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었다. 

또한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사이에서 더 이상 방황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도 마찬가지다. 

‘직장인들은 왜 불행 프레임에 갇혀 있을까?’, ‘왜 직장인은 행복하면 안 되나?’, ‘직장인의 자부심은 누가 챙겨야 하는가?’ 등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나는 직장인들 그 스스로가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근거가 차고 넘친다는 것을 말했다.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와 『견디는 힘』 또한 그렇다. 

막막한 세상을 살아가며 궁금했던 것들과 무작정 견디는 것만이 답인 것인가에 대한 수많은 질문이 또 다른 통찰을 주었고,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는 힘을 준 것이다.


그렇게, 질문은 통찰이다. 

통찰은 나의 관점을 바꾸어주고 삶을 풍부하게 해준다. 육체적 성장을 멈춘 우리들에게 사회적 성장과 자아적 성장이란 선물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통찰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내가 없는, 내가 바로 서지 않은 삶이 얼마나 허무하고 의미 없는 것인가에 대해 깨닫게 된다.


질문을 하고 통찰을 얻고.

다시 얻은 통찰로 또 다른 질문을 하는 것.

그 모든 시작이 글쓰기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나는 고백한다.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더 알아보기]

- 교보문고

- 예스24


['브런치로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 탈잉 VOD 클래스]

탈잉 글쓰기 클래스(VOD)


[종합 정보 모음]

스테르담 저서 모음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이전 04화 글의 소재는 무조건 특별해야 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