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브런치는 태생이 다르다는 겁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저에게 브런치를 떠나시는 분들의 글을 자꾸만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읽어 보았습니다.
나름 다 일리가 있습니다. 공감했고 또 함께 고민했습니다.
사실, 브런치는 꾸준히 써 나가기에는 그리 쉬운 플랫폼이 아닙니다.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간혹 조회수가 폭발하지만 거기서 끝이라는 생각은 또 다른 글을 써 나아가는데 회의감을 들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브런치는 '돈'과 '구독자 수' 그리고 '조회 수' 그 이상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세 가지를 추구한다면, 브런치의 차별성은 사라지게 됩니다. 더 이어 나가기도 힘듭니다.
그러니까, 브런치는 태생이 다르다는 겁니다.
브런치에 드는 회의감은 바로 여기에서 옵니다.
SNS나 블로그나 기타 수익 모델이 있는 플랫폼과 같이 보면 이러한 생각이 안 생길 수가 없겠죠. 다른 어떤 분의 이야기를 빌자면 브런치가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글을 쓰는 데에는 각자의 노동이 들어가는데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없다는 것이죠.
저는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브런치가 포털 내에서 콘텐츠를 생성하여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적으로 브런치를 위해서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즉, 글은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겁니다.
고로, 그 노동력은 타의에 의한 타인을 위한 게 아니라, 자의에 의한 자신을 위한 겁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꾸준히 글을 쓰고 있지만 단 한 번도 브런치를 위해 쓴 적이 없습니다.
그 모든 고민과 인내 그리고 사색을 통한 삶의 통찰은 오롯이 제 것이었습니다. 브런치는 저에게 이러한 과정과 결과를 선사하는 소중한 친구이자 수단입니다. 브런치는 제가 쏟아 내는 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줍니다. 더불어, 하얀 종이 위에 연필로 사각사각 써 내려가는 글쓰기의 경험을 선사해줍니다. 그러니, 제 삶의 고백은 멈추질 않게 됩니다. 이런 글을 브런치는 또 이곳저곳에 노출시켜 줍니다. 말 그대로 Win-Win인 겁니다.
더불어, 브런치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를 실천시켜 주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 구독자 수, 조회수를 추구하면 절대 가장 창의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됩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꺼내 놓은 고백이 가장 창의적인 콘텐츠가 되어 많은 분들에게 선하고 강한 영향력이 되고 있기에 저는 이것을 자신 있게 주장할 수가 있습니다.
더불어, 저는 브런치의 수익 구조화를 절대 반대합니다.
브런치는 수익성을 위한 플랫폼이 되어선 안됩니다. '수익'이라는 직접적인 시스템이 도입되는 순간 진솔한 글은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구독자 수 늘리기에 혈안이 될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브런치는 '소통'이 아니라, '고백'이어야 합니다. 친구 먹기를 하고 구독자 수와 조회 수에 연연하는 플랫폼은 이미 충분히 많습니다. 그 안엔 절망이 없고, 키워드만 난무합니다. 검색용으로 써 내려가는 글 안에서 각각의 개인의 이야기는 소멸합니다.
브런치가 브런치만의 색을 고수할 수 있는 이유.
사람들이 기꺼이 절망을 표현하고 멋지지 않아도 삶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 낼 수 있는 이유. 저 같은 평범한 직장인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이 모든 게, 브런치가 수익성을 추구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들입니다.
또 하나.
저는 브런치를 통해 연봉 이상의 수익을 얻었고 계속해서 수익 구조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돈을 바라보고 했다면 이루지 못했을 것들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고백했고, 그 고백이 콘텐츠가 되어 가치가 된 겁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가치'는 돈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돈을 보고 브런치를 하는 게 아니라, 브런치를 통해 글쓰기를 이어가고. 그 글쓰기를 통해 개인 브랜딩을 구축해 나가는 것. 그게 핵심이라는 겁니다. 당장 애드 센스를 붙여 내 글의 수익화를 이루려 한다면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면 됩니다.
브런치를 떠나시는 분들의 글에서 저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면 그냥 떠나면 되는 겁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글엔 애정과 아쉬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오히려, 브런치에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각 작가님의 간절한 바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브런치도 개선되어야 할 점은 분명 있습니다.
알 수 없는 노출 로직과 작가 합격 기준. 많은 분들의 공분을 샀던 저작권 귀속 문제 등.
그러나 아직까지 브런치만큼 글쓰기에 진심인 플랫폼을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보통 사람을 작가로 만들어 주겠다는 그 다짐과 진심을 저는 믿습니다. 또한 그 덕분에 저 또한 작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를 떠나시는 작가님들에게, 브런치를 떠나기보단 이곳엔 고백을 남기고 다른 플랫폼에선 소통을 하시면 어떨까... 하는 말씀을 드려봅니다.
더 멀리. 더 큰 것을 바라보면서.
P.S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수익을 위한 플랫폼은 추구하되 브런치는 멈추지 말고 병행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남이 원하는 이야기, 키워드를 좇아야 하는 수익 플랫폼에서 수익은 거두되 브런치에는 그 어디에서도 하지 못하는 내 속의 것들을 마구 꺼내어 놓는 겁니다. 단언컨대 그 꺼내어 놓은 것들, 그러니까 내 고백은.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창의적인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