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쏜살같음은 언제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죠. 브런치 첫 글의 등록 날짜를 보니 2015년 9월 24일입니다.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시간의 빠름도, 제가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작가라는 또 하나의 페르소나를 가졌다는 것도.
만 7년이면 2,555일입니다.
제가 현재 발행한 글 수는 이 글까지 포함하여 1,827개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하루에 약 0.72개의 글을 썼다는 말이 됩니다. '제목 카피라이팅'과 '제목 아카이빙'을 통해 '작가의 서랍'에 저장한 글 번호는 3,072번입니다. 아직도 1,245개의 글감이 저들을 글로 써달라고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글 쓰는 시간이 확보되면, 저는 '작가의 서랍'을 열어 글감을 쇼핑합니다. 물건을 사는 쇼핑도 즐겁지만, 글감을 쇼핑하는 기분은 꽤 즐겁고 흥분됩니다.
사실, 저도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는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그리 부지런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일기를 계속 쓴다던가 하는 꾸준함이 제겐 없었기 때문입니다. 몇몇 분들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정말입니다. 다만, 글쓰기를 통해 변화된 것만은 확실하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글쓰기를 통해 정신적 물질적으로 얻은 게 많으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고, 앞으로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브런치에 두 번 떨어졌을 때를 기억합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제 수강생 분들의 합격은 저의 합격 때보다 더 기뻐하지만, 그분들의 브런치 탈락은 저에게 더 큰 고민과 안타까움을 주는 이유입니다. 물론, 계속되는 도전 속에 자신만의 특별함을 꺼내어 놓는 그 과정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브런치가 얄밉지만, 한 편으론 매우 고마운 이유입니다.
그런데, 어렵게 브런치에 합격하고 나서 글쓰기가 멈추는 많은 분들을 봅니다.
왜일까요? 그렇다면 원인과 해법은?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일까요?
'자이가르닉 효과'는 일이 완성되면 그 일과 관련된 기억들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또는, 보상심리를 가져다주는 도파민이 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 도파민 수치가 확 올라 꾸준한 글쓰기를 다짐하지만, 호르몬의 지속 시간을 언제나 늘 길지 않기 때문이죠.
저는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브런치 생활에 방황이 없던 건 아닙니다.
감사하게도 투고 없이 브런치만을 통해 8권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지만, 책이 출간될 때마다 그 이후엔 '무얼 써야 하지...'란 고민을 하고 또 했습니다. 제가 지속 강조하듯, '책 쓰기'를 했다면 아마 책 한 권 나오고 글쓰기가 멈췄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강의를 하고, 글쓰기 컨설팅을 하고, 여러 작가님과의 대화와 제 경험을 토대로 브런치 합격 후 글쓰기가 멈추는 이유와 그 해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유: 브런치 사용법과 활용법을 잘 모른다. 해법: '브런치 매거진'과 '브런치 북'의 개념을 알고 이를 잘 활용한다.
브런치는 생소합니다.
일반 블로그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 복잡한 인터페이스는 아니지만 낯설기에 그 활용법을 잘 알지 못합니다. 매거진을 만들라는데, 매거진은 뭐고. 북을 만들라는데 매거진과 북은 어떻게 다른 거지란 생각이 들면 내 머리만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중구난방이 되고,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흥미를 잃거나 블로그로 회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글과 관련 없는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꾸준한 글쓰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와 여러 차례의 출간 제의를 받은 비결이 바로 '브런치 매거진'과 '브런치 북'에 있습니다.
중구난방 써내도, 찰떡같이 브런치가 제 글을 정리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글이 정리되니 생각이 정리되고, 생각이 정리되니 양질의 글이 잘 나오게 되었습니다.
일관성 있는 주제를 일관된 글로 쭉 풀어낼 수가 있었던 거죠. 그러니, 출간 제의를 받게 되면 출판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양질의 글이 일관성 있게 집필되었으니, 출판사에서 컨셉을 잡고 퇴고 정도만 하면 바로 서점에서 제 책을 볼 수 있었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두 책의 출판 시기가 2개월밖에 안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브런치 매거진'과 '브런치 북' 개념 그리고 활용법에 대해선 아래 두 글로 설명을 대체합니다.
이유: 구독자 수와 조회수가 빨리 늘지 않는다. 해법: 그 둘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눈치 보지 않고 쓰고 싶은 걸 쓴다.
어쩌면 이게 브런치와 글쓰기를 멈추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사람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게, 글을 쓰면서 타인을 의식합니다. 타인을 의식한다는 건, 내 글이 누군가에게 보일 거란 걸 이미 알고 있고 그것에 멈추지 않고 많은 호응과 반응을 얻는 걸 기대합니다.
블로그라면 소통을 위해 (글은 읽지 않아도) 서로 이웃을 할 수 있고, SNS라면 두 번 터치로 좋아요를 누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브런치는 사적이고 진중한 글이 대부분이다 보니 '블로그의 정보전달'과 'SNS의 감성'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세상에 보고 즐길 게 얼마나 많은데,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글을 끝까지 읽어 줄까요?
그러나,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쓰고 싶은 걸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겁니다. 키워드 중심의 글, 멋있고 예뻐 보이려는 글 말고. 내 속의 것을 꺼내어 놓고, 내 페르소나를 깊이 세분화해볼 수가 있습니다. 저의 글쓰기 또한 그러했습니다. 오히려, 구독자가 빨리 늘지 않으니 더 편히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는 제 정체성을 더 명료하게 갈고닦았고 브런치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어려움의 크기가 더 클 겁니다. 그러나, 글쓰기를 하나 둘 쌓아가면 그 균형이 쉬움으로 쏠리게 됩니다. 어려움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이전보다는 더 많은 글이 써질 겁니다.
브런치는 글쓰기에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단언컨대, '글쓰기'를 위해서는 최고의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서 특별함을 찾게 해 줬고, 중구난방 한 글도 잘 정리해주고 출판이라는 기회를 연결해주었으니까요. 게다가, 새로운 자아를 선물한 브런치를 저는 알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하기에, 저의 글쓰기와 브런치를 알리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한 분이라도 더 글쓰기를 시작하실 수 있도록. 글쓰기의 본질을 전할 수 있도록. 글쓰기로 솔선수범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브런치 작가님들로 구성된 작가 레이블 팀라이트의 슬로건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
Just Write It.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입니다.
* 글쓰기의 본질을 전하는 사람들, 팀라이트가 브런치 글쓰기 강의와 공저출판 프로젝트를 런칭 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함께 주변의 글쓰기가 필요하신 분들께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