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화(Objectification)의 개념
샌프란시스코의 현대미술관에서도 재밌는 일이 있었어.
17세 소년과 그의 친구는 미술관 한쪽 바닥에 평범한 안경을 하나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았어. 잠시 후, 사람들이 안경 앞에 모이고는 그것을 감상하거나 무릎을 꿇고 엎드려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
'변기의 미술관 난입사건'이라는 별칭이 붙은 '마르셀 뒤샹'의 작품은 수많은 논란을 야기했어. 보통 사람이 볼 때 그것은 그저 소변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샘'이라는 이름을 붙이자 이것은 작품이 되었고 사람들 머릿속엔 없는 물이 샘솟는 것과 같은 영감을 주었지.
그의 작품은 '오브제(Object)'란 용어를, 그에 대한 의미를 분발시켰어. 예술가가 힘들여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지 않더라도,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개념)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현대 미술사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단다.
평범한 안경과 변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바로, 그 대상을 예술작품으로 '대상화' 한 것이라 볼 수 있어. 사람은 '생물'이든 '사물'이든 그것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상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거든. 숨 쉬는 고귀한 인격체를 마구 짓밟기도 하고, 한낱 평범한 소변기나 안경 하나를 놓고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하는 것이지. 이렇게 보면 '대상화'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아니, '대상화'를 하는 사람이라는 존재는,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과 생각을 '양면'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성을 왜곡시키는 '성적 대상화'
미디어에 나오는 뉴스를 보면, '성(性)'과 관련된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어.
아예 도배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야.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인격을 짓밟고, 한 사람의 일상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저게 사람일까... 란 생각까지 들어.
이러한 일은 왜 벌어지는 걸까?
그리고 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는 걸까?
앞서 말한 '대상화'란 개념이 성을 상품화하는 현대 시대의 상술과 맞물려 '성적 대상화'로 변질 또는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아빠는 생각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야 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든. 소비 심리학의 많은 연구를 보면 소비는 감정과 크게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이성으로 물건을 고르고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지갑을 열고 구매 의사 결정을 하는 건 감정이라는 결과가 많아.
그래서 광고계에선 '3B'란 용어가 있을 정도야.
3B는 'Baby(아기)', 'Beast(동물)', 'Beuty(미인)'를 말해. 이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광고를 만들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그래서 광고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이지. 최근엔 '3S'라는 개념도 생겨났는데 이는 각각 'Silver(노인)', 'Specialist(전문가)', 'Sensibility(감성)'의 의미로 결국 신뢰감과 믿음 그리고 마음을 움직여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판매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어.
몇 년 전엔 유명 아이스크림 업체가 새로 출시한 아이스크림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광고 영상이 '아동 성적 대상화' 광고 논란에 휩싸였어.
짙은 화장을 하고 어깨를 드러낸 원피스를 입은 채 다양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연기한 모델이 고작 11살 밖에 안된 키즈모델이었거든. 이 영상이 공개되고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기업은 사과문을 게재하고 방송 중단을 하게 되었지.
또 한 걸그룹은 자신들과 닮은 어린아이들과 함께 무대를 장식한 적이 있는데, 문제는 노래 제목이 'Sexy Love'였고 불과 초등학교 저학년 밖에 안된 아이들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Sexy'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를 함께 부른다는 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가뜩이나 논란이 많은 걸그룹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정말로 개념이 없다는 평을 들으며 그 이후 쇄락을 길을 걷기도 했어.
해외의 경우에도 이처럼 아동을 성상품화 하는 광고가 있었는데, 마크제이콥스라는 한 향수 광고에 당시 16살의 모델 다코타 패닝이 모델로 나오면서 성적 묘사가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았어. 특히, 향수 이름 자체가 소녀에 대한 성적 애호를 다룬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와 비슷했기에 반발은 더 거세었지. 이에 영국 광고심의위원회는 해당 광고를 금지하기에 이르렀어. 우리나라보다 개방적이라고 생각되는 해외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규제가 더 강화되고 있고, 성인 모델일지라도 불건전한 상상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금지된 광고가 생각보다 많단다. 영국 광고 심의 위원회인 'ASA'는 이처럼 모델의 꾸밈새뿐만 아니라 포즈와 시선까지 살필 정도야.
이 외에도, 스포츠카 광고에 많이 등장했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들.
마초적인 이미지를 뽐내려는 헐벗은 남자들이 주요 모델인 담배 광고들. 열거하고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은 미디어의 소재와 콘텐츠들이 부지불식간에 어떤 한 인격체를 우리네 욕구에 맞추어 바라보게 하는 대상화라는 왜곡을 심어주고 있는지 몰라.
글쎄, 또 누군가는 아동일지라도 그의 성 정체성과 성 활동을 보장하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성'에 대한 정체성과, 그에 대한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다양성은 더 다양해지고 있고, 사회와 시대가 변하는 속도는 상상을 불허하게 해. 한 마디로 혼란한 세상을 우리는 매일 새롭게 마주하고 있는 거야.
이러할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무엇이 무엇을 왜곡하고 있는지. 그 왜곡은 나에게 있어 수용적인지. 아니며,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는지. 사람은 자극에 민감한 존재이지만, 다른 동물과 비교해 지닌 강점은 그것을 '해석'하여 반응할 수 있다는 거야. 자극이 온다고 그저 반응을 하는 건,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지. 또한, 이 험난한 세상에서 자극에 곧바로 반응할 경우엔 수많은 문제를 맞닥뜨릴 수 있단다. 자극에 바로 반응하지 말고, 대응할 수 있도록. 그러하기 위해선 이 세상의 모든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이것은 왜곡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가치관이 필요해.
너희가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빠가 이 글을 쓰는 이유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