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직장인 심리 카페>
스테르담 '직장인 멘토링' 의뢰 내용을 정리하여 연재합니다.
Q. 직무특성상 야근이 필수입니다.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업무라, 하루 8시간 근무로는(물론 저의 능력부 족도 있겠지만) 업무를 끝내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혼 전에는 그냥 야근해 가며 일을 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지 않아서 야근을 하면 할수록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집니다. 그렇다고 제가 야근을 안 하면, 그만큼 팀장님과 다른 팀원들에게 업무부담을 주는 상황이 예상됩니다. 인원충원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워크라이프 벨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과 고생이 정말 많겠습니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은 직장인 모두의 공통 고민거리일 겁니다. 시간이 없으면 없는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말이죠. 우선, 워라밸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짚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질문자님께서 문의하신 것처럼, 우리는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봐야 하니까요.
얼마 전, 워라밸로 고민이 많다는 후배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후배가 원하던 워라밸은 무엇이었을까요. 상사와 선배들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정해진 시간에 칼같이 퇴근하고 이후 시간이나 주말에 간섭받지 않는 것.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일 겁니다.
잠깐만 같이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주 40시간 도입으로 우리네 고질적인 야근 문화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워라밸은 전적으로 회사가 '제공'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노력도 분명 필요합니다. 회사가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라고 하더라도, 맡은 일을 완료하는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합니다. 근무 시간에 최대한 마무리하려 노력하되, 그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근무 외 시간에 일을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유럽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자유롭게 일을 한다고 우리는 쉽게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은 근무 시간 이후에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하고 있던 겁니다. 점심도 샌드위치로 자리에서 해결했는데도 말이죠.
'워라밸'은 말 그대로 균형 잡기를 의미합니다.
평균대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양팔을 벌리고 좌우 균형을 잡는 것이죠. 상황에 따라 '일'에 무게를 더 주고, 필요하다면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워라밸'이란 말이 칼퇴근만을 의미한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균형은 주도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회사의 시스템이나 제도가 그것을 보장해 준다는 생각은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질문자님의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말씀해 주신 상황과 부서 특성을 봤을 때, 균형점이 '일'에 더 맞추어져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질문자님께서는 '밸런스'를 잘 맞추고 계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너무 큰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
다만, 결혼 후 생각이 달라졌다면 조금은 더 냉정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질문자님의 아내 분께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떻게든 아내분께 부서 특성을 잘 이야기하시어 평일엔 집안일이나 육아를 많이 도울 수 없음을 '합의'해야 합니다.(미안한 마음은 주말에 집안일을 하며 만회할 수 있겠고요.) 이것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큰 차이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합니다. 저도 '경제주체'와 '집안일/ 육아주체'에 대해 제 아내와 분명하게 합의를 했고, 둘째 출산 후 경력을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한 아내와 워라밸로 인한 그 어떤 갈등도 없습니다.
또 다른 방법도 있겠죠.
인원 충원이 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거나, 해당 부서보다는 데드라인 압박이 조금은 덜 한 팀으로 이동 요청을 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영원히 한 부서에 있는 일은 없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회사 시스템을 활용하여) 면담을 하고 다른 기회를 찾는 결단도 내릴 줄 알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퇴사할 것이 아니라면 '워라밸'은 각자의 몫입니다.
평균대 위에 양 팔을 벌리고 균형을 잡아 앞으로 나아가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