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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16. 2024

내가 만난 최악의 상사들

<덜 상처받으며 일하는 법>

2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상사들을 만났다.

지금도 여럿 상사가 있지만, 예전과 달라진 건 이젠 상사보다는 후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은 위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야는 전방위로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옆을 보고, 아래를 보고. 나 또한 누군가의 상사일 것이므로, 내가 만난 최악의 상사들을 곱씹어 보려 한다.


혹시라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그들과 같은 괴물이 되지는 말자.


내가 만난 최악의 상사들


첫째, 의사결정 하지 않는 상사


일은 실무자가 더 많이 하는데, 왜 상사는 일은 덜 하고 월급은 더 받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진 적이 있다.

출장 시 비즈니스석은 일을 더 많이 하는 실무자가 사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를 생각한 적도 있다. 이젠 이해가 된다. 이는 오랜 시간 회사를 위해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상사의 제 역할은 실무자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의사결정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결정을 잘못하거나 안 하는 상사가 있다.

차라리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게 낫다. 더 최악은 의사결정을 미루는 상사다. 월급만 축내고 일을 안 한다고 보는 게 맞다. 상사가 월급을 더 받고, 혜택을 받는 건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 의사 결정을 하지 않으려는 상사는 월급과 혜택을 박탈해야 한다. 이는 실무자의 사기와 동기를 꺾는 것과 동시에 조직의 효율과 성과를 수직으로 끌어내리는 악(惡)중의 악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상사가 있다면, 혹시라도 의사결정을 하지 않아 실무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는지는 아닌지 살펴보길 권한다.


둘째, 천상천하 유아독존 상사


잘난 거 알겠다.

그러니까 상사가 되고 임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그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해냈다는 생각. 회사는 기본적으로 '조직'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플레이로 지금의 자리에 섰다고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상사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서 말한 착각과 더불어, 타인을 무시한다는 데에 있다. 자신이 이뤘던 성과가 지금도 통할 거라는 생각도 한다. 전형적인 꼰대다. '나 때는 되었는데, 너희들은 왜 못하냐?'란 말을 서슴없이, 아주 쉽게 내뱉는다. 코로나 특수로 인해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은 때가 있었다. 이 특수를 타고 임원이 된 한 선배는, "나 땐 말이야. 고객사들이 물건을 달라고 줄을 서고 했어. 너희는 지금 뭐 하는 거냐?"라며 후배들을 힐난했다. 그게 과연 실력이었을까? 상황이 다른 게 눈에 보이지 않는가?


 '운'도 실력이라면 실력이지만, 운빨은 영원할 수 없다.

실력도 조만간 드러나게 될 것이다.


셋째,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상사


의사결정을 안 하는 것보단, 차라리 잘못된 결정이라도 하는 상사가 낫다고 말했는데

'신념'에 관해선 그 반대로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보단, 신념을 가지지 않는 게 낫다고 말이다.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사는 답답하지만, 그래도 실무자들의 이야기는 듣는다. 그러나 잘못된 신념을 가진 상사는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잘못된 신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대개는 자신의 이전 '경험'과 '성공'에 기반한다. 잘못된 신념의 정도가 얼마나 세냐면, 시장 상황이나 숫자를 왜곡할 정도다. 한 상사는 본인의 경험과 성과에 신념을 주입하고, 그것을 구성원에게 강요하기 시작했다. 숫자의 의미를 왜곡하고, 경쟁사는 이러할 것이라며 객관적인 판단은 뒤로하고 주관적인 해석으로 일관한다. 합리성은 사라지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화법이 시작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A모델과 B모델이 있다. A 모델의 가격이 더 높다. 상사는 다음과 같이 오락가락하곤 했다.

A모델 가격이 높은 건 A모델을 더 프리미엄으로 팔기 위해서야.
A모델 가격이 왜 높은지 알아? B모델이 더 많이 팔리도록 판을 깔아주는 거야.


놀랍게도,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 상간에.


그의 머릿속엔 너희(우리)가 가격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픈 욕구로 가득 차 있었다.


넷째, 칭찬은 고사하고 폄하를 일삼는 상사


상사와 리더의 업무 중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구성원을 다독이고 격려하며, 잘못된 건 바로 잡아 함께 가는 것이다.

왜일까? 이는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공동의 성과를 창출하고 한 배를 탄 사람들의 동기를 극대화하는 것. 그래야 성과라는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한 상사는, 칭찬은 고사하고 실무자의 일을 폄하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네가 한 게 뭔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했네?
지금까지 숫자가 좋은 건, 네가 운이 좋았던 거야. 실력이라고 착각하지 마. 넌 아무것도 아니야.


기분이 나쁜 거야 직장생활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면 되지만, 그런 말을 들은 날은 당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노력한 모든 순간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한 걸까?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노력하고 애쓰고 힘쓴 것들은 무엇일까?


자책하는 대신, 그를 나쁜 상사고 규정하기로 했다.

개인적인 규정은 아니다. 조직원의 동기부여를 끌어내렸으니, 나쁜 상사라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조직에 해가 되고,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상사는 나쁜 상사가 맞다.


칭찬은 고사하고, 여러분의 일을 폄하로 일관하는 상사가 있다면 자책을 멈추기 바란다.


문제는 그에게 있다.

그는 '나쁜 상사'다.


다섯째, 합리적인 척하면서 누구보다 감정적인 상사


"나는 친분으로 무얼 하는 걸 극혐 합니다."

"나는 숫자로 사람을 판단합니다."


왜 불안한 예상은 틀리는 법이 없는가.

상사가 이런 말을 천명했을 때, 나는 알았다. 그는 누구보다 친분에 좌우되고, 숫자에 대한 판단 또한 그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걸.


자신은 극도로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사람 치고, 합리적인 사람이 없다는 건 삶의 역설이자 정답이다.

한 상사는 위와 같이 천명하고는, 자신의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여 조직을 운영했다. 그의 눈에 든 사람은 숫자가 아무래도 상관없었고, 눈 밖에 난 사람은 잘한 걸 잘했다고 단 한 번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사람을 가려가며, 숫자와는 상관없이 평가를 들쭉날쭉하게 했다.


자신은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말을 하지 말던가.

나는 그렇게 감정적이고, 뒤끝 있고, 삐지는 상사를 본 적이 없다.




상사보다 후배가 더 많은 지금.

나는 어떤 상사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하지 않으면 내가 경멸하던 그들과 같은 모습의 괴물로 변해있을까 봐서다.


나는 그게 두렵다.

괴물로 변모하는 것. 더 최악인 건, 스스로가 괴물이 된 것조차 모른 채 숨을 쉬고 살아가는 것이다.


상사의 역할은 경험을 살려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며, 구성원들을 다독이며 공동의 성고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자신의 잘남과, 잘못된 신념, 자신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가려 편을 가르라고 권력과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다. 상사의 스타일을 실무자가 따라야 하는 맞지만, 스타일의 지향점이 개인의 우위를 나타내기 위함이 되어선 안된다.


경멸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을 저주하기보단 그렇다면 나는 좋은 상사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최고의 상사가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 최악의 상사가 되지는 않도록.


P.S


최악의 상사를 떠올리는 건, 그저 그들을 비난하고 푸념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다.

'저분 처럼 되어야겠다...'란 것도 배움이지만, '저래서는 안 되겠다...'란 것도 배움이기에.


배움은.

관찰하고, 질문하고, 깨닫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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