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로부터의 사색>
누구든 운전대를 잡으면 질주 본능이 일어난다.
여기서 말하는 질주 본능은 시속 300km를 내달리는, 속도의 즐거움을 즐기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운전대를 잡은 누구나 조급해진다는 말이다. 이해가 된다. 어차피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는 가고 싶은 곳에 더 편하고 빨리 도착하고자 하는 효율화로 태어는 것이 아닌가. '효율화'라는 말이 나오면, 사람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하게 되고, 여기에 조금이라도 '비효율적인' 일이 일어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손해'를 본다는 생각은 사람을 이기적이고 조급하게 만든다. 계속해서 밀리는 치선에, 누군가 내 앞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솔직히, 양보하고 싶은 마음보다 그렇지 않은 마음이 더 클 것이다. 효율화, 손해, 질주 본능으로 인하여.
그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남보다 빨리 가려는 마음을 분명 가지고 있다.
남 보다 빠르게 가면 행복할까?
아니.
삶의 비밀을 하나 말하고자 한다.
우리는 100원을 얻는 것보다, 100원을 잃는 데 더 큰 상심을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이다. 이익과 손실을 볼 경우 이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손실로 갖는 괴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걸 말한다.
이걸 위 질문에 적용해 보자.
남보다 빨리 가서 행복한 것보다는, 남보다 느릴까 봐 우리는 불안하고 불행한 것이다.
그러니까, 남들보다 앞서 나가려는 건 행복해지려 하기보단 덜 불행해지려는 발버둥이다.
운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네 삶을 돌아보자. '비교'는 생존의 기제이지만, 너무 잦은 비교는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은 '비교사회'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로부터 이어져 온 집단주위라는 집단 무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집단 내에서 개인은 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 고만고만한 모임에서, 누군가 다른 양상을 보이면 그를 동경하거나 또는 반대로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또는,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그러하지 않는다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남 보다 느리게 가면 불행한 것일까?
질문이 바뀌었다.
참으로 재밌다.
질문이 바뀌었으니, 또 다른 답을 찾아야겠다.
운전석으로부터의 사색은 늘 나를 긴장시키는 재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