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라는 본질적 관념
<스테르담 부조리스러운 부조리 예찬>
부조리란 본질적인 관념이다.
이것은 진리다. 진리가 뭐 별 건가.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네 삶을 보자. 조리스럽지 않은 것투성이다. 당최 앞뒤가 맞지 않고, 아구가 틀어져 있다.
삶의 끝이 죽음이라면 인생은 부조리한 것이다.
인생이 부조리한 것이라면 삶의 끝은 죽음이다.
죽음은 가장 조리 있는 사실이며, 그러하기에 의미는 소멸하고, 소멸하는 존재에게 의미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나 죽음 때문에 우리는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한시라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부조리한, 어처구니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을 멈추라고 말한다.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들로 생각을 훔치고, 결제창을 띄운다. 생각을 대신해 주겠다고 까지 말한다. AI는 편리함의 극치일까, 재앙의 단초일까.
부조리가 본질적 관념인 이유는, 부조리를 맞닥뜨릴 때 우리는 비로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내 도파민에 절여진 뇌가 정신 차려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되는 건, 조리스럽지 않은 일이 삶에 일어날 때다. 아무런 의미 없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무런 영문도 없이.
본질을 잃은 자에게,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조리를 잊거나 회피하는 자는 생각의 능력을 잃게 된다.
부조리 안에 본질은 존재하고.
본질은 늘 부조리 안에 있다.
- 라이프 인사이터 스테르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