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책을 쓰는 과정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책을 쓰는 과정은 결국,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목차부터 써내려갔습니다.
‘AI 시대, 사내변호사의 생존 전략’이라는 주제를 정한 상태였고,
그에 맞춰 책의 구조를 설계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떠올렸던 큰 틀은 이렇습니다.
사내변호사의 역할과 기업 내 포지셔닝
실무 기반 AI 활용 전략
일의 구조를 최적화하는 법
글로벌 법무팀 사례와 AI 기술이 바꾸는 미래
언뜻 보면 근사한 구성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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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쓸 수 있는데, 내 글은 아닌 것 같다”
당시에 떠올린 목차는 ‘전문적인 주제어’ 중심이었습니다.
내용도 구조도 이정도면 괜찮겠는데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 하자,
무언가가 자꾸 막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이게 맞는가?’ 하는 감각적인 거부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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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내가 해온 일에서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화려하게 있어 보이기 보다는,
내가 실제로 했던 일,
회사에서 반복해온 설명들,
팀원들과 나눴던 이야기들에서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 법무팀의 성과 지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GPT를 업무에 활용할 때 어디까지 믿고 쓸 수 있는지,
AI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조직의 문서 구조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무엇인지.
이런 이야기들은 제가 실제로 겪은 일이고, 제가 말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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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 있는 글’과 ‘쓸 수 없는 글’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누구나 욕심이 생깁니다.
세계적 회사나 로펌의 legal AI 활용 사례도 넣고 싶고,
글로벌 기준의 컴플라이언스 프레임워크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그건 제가 경험한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리서치하고 읽고 정리할 수는 있어도,
‘내가 진짜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에 대해서는 솔직해져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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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책의 중심도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AI 시대의 흐름을 설명하는 ‘정보서’처럼 기획했다면,
지금은 "그 변화 속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해왔는가"에 가까운 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법률가라는 이름으로 남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같은 존재적인 질문까지 다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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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고 있는 책은 단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매뉴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 책 내용은
제가 경험한 혼란의 기록이자,
그 혼란을 뚫고 나가기 위해 만든 저만의 해답입니다.
지금 어디선가 해답을 찾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단서를 건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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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Ep.3. "나는 어떤 사람인가" 라는 질문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