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없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게 하기 위해
처음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대기업에 들어와 사내변호사라는 이름을 달고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어떤 매뉴얼도, 기준도, 방향도 없이 던져졌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고,
정리된 자료는 더더욱 없었으며,
“이건 당신이 해야 할 일이에요”라는 말조차 들을 수 없었습니다.
법무팀이지만, 어떤 일까지 해야 하는 건지,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사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스스로 익혀가야 했죠. 그것도 매우 느슨하고 비공식적인 방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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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실무란 다 그런 것이려니 하며 일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나?”
회사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 구조,
업무가 돌아가는 최소한의 흐름,
문서든, 구두든 누군가는 정리해줘야 다음 사람이 덜 헤매는 거 아닐까?
마침 저는 개인 사정으로 휴직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내가 다루고 있던 업무들을 요약해서 정리해두자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이 글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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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업무 흐름을 정리하다 보니,
이건 꼭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 처음 사내변호사가 되어 막막함에 부딪힌 사람,
• 법무팀에 혼자 있는 ‘나홀로 변호사’,
• 변호사를 채용하긴 했지만 정작 무슨 일을 시켜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조직들.
이 책은 그들에게 ‘친절한 사수’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쓰기 시작한 기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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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작년부터 시장을 강타한 AI의 물결이
이 모든 생각을 다시 처음부터 흔들어놓았습니다.
“이걸 지금 정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AI가 다 바꿔버리는 시대에, 내가 만든 시스템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사내변호사는 도대체 어떤 역할로 살아남아야 할까?”
그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
업무 매뉴얼을 넘어선 생존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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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단지 ‘일하는 법’을 정리한 책이 아닙니다.
이건 살아남고자 했던 사람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지금 막 조직에 들어온 누군가에게,
나처럼 막막했던 누군가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라는 말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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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Ep.2. 목차를 10번 넘게 바꾸고 나서야, 비로소 내 얘기를 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