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세차운동 등의 영향으로 빙하기와 간빙기가 순환되고 있다.
인간이 편안하게 살고 이른바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기는 빙하기와 또 다른 빙하기의 사이인 조그마한 간빙기이다.
그러나 빙하기는 간빙기보다 훨씬 긴 10만 년 안팎이고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의 간빙기는 1~2만 년에 불과하다.
사피엔스(인간)가 수렵생활을 하다 농경생활을 시작한 '신생대 제4기의 마지막 홀로세'가 지금으로부터 1만 2천 년 전이니
계산데로라면 지금은 간빙기가 거의 끝나가고 사피엔스의 시대도 끝나가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
단, 역설적이게도 지구에서 그간 사피엔스가 벌인 무분별한 산업화가 지구 온난화로 이어져
다가올 빙하기가 늦어지고 지금의 간빙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학설이 있기도 하다.
3만 2천 년 후.
잠깐의 지구 간빙기 시절 동안 인간의 여러 기계장비와 철물들로 쇠(Fe) 냄새가 가득했던 영등포의 어느 빛바랜 건물 지하에,
3만 년 동안을 미동도 없이 T-9 로빈이 앉아 있다.
그러나 그의 CPU와 주변 저장장치에서는 끊임없이 같은 영상이 반복되고 있다.
길을 잃고 루시를 처음 만나고 그녀와 함께 했던 그 순간들...
낡은 비트코인 채굴장, 정신디지털화, AI와의 전투...
세월이 지나고 그녀를 잃어버렸던 슬픔, 사랑
[로빈] 루시!! 어디 있어요?
[루시] 저는 잘 있어요
[로빈] 제가 이번에는 잘했죠? 길을 잃지 않고...
[루시] 그럼요... 그래도 저 없으면 안 됐을 걸요, 보고 싶어요
[로빈] 알려줘요, 당신이 있는 곳...
[루시] 사랑해요 로빈...
[로빈] 우우웅 %$#^& 덜컥 $#^^^@#
로봇의 메모리에 코딩되어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사랑은 슬픈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