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마저도 행복했던 날

시즈오카 '혼자여행'을 마무리하며

by JIPPIL HAN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아마도 아쉬운 마음에 흘러가는 시간마저 아까웠던 모양이다.

서둘러 씻고 캐리어를 정리한 뒤,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만찬을 위해 세노바 쇼핑몰의 맛집

‘사와카야 함바그’로 향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미 대기자 접수가 시작되고 있었다.
접수를 마치고 보니 오픈까지 약 40분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해 쇼핑몰 안 서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일본 원서들이 가득한 서점에 들어서니 묘한 설렘이 밀려왔다.

평소 좋아하던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한 권과, 영화로도 만들어진 추리소설『이상한 집』을 골랐다.

책장을 넘기며 잠시 머물다 보니, 어느새 함바그집 오픈 시간이 되었다.

책.png 서점에 구입한 문고본

일찍 대기자 접수를 한 덕에 오픈하자마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직장인 혼밥 손님이 많은 곳이라 혼자 앉은 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잠시 후, 동그란 함박스테이크가 나왔다.

음식이 나오자, 점원이 직접 고기를 반으로 잘라 팬 위에서 꾹꾹 눌러 굽고, 뜨거운 소스를 부어주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동영상 참조)

KakaoTalk_20250907_121028204_25.jpg 언뜻 보기에 비주얼은 평범
직원이 테이블에서 직접 잘라주고 구워주는 퍼포먼스는 인상적이었다

고기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너무 맛있잖아.’

잡내 하나 없는 소고기의 고소함과 놀라울 만큼 부드러운 식감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지막 만찬으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택이었다.


호텔로 돌아와 캐리어를 찾고 직원들에게 감사인사를 건넨 뒤 공항으로 향했다.
짐을 부치고 커피 한 잔을 주문해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또 한 번의 감동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 위에는 ‘FSZ’라는 후지산 시즈오카 공항의 약자와 함께, 후지산과 비행기를 형상화한 커피아트가 되어있었다.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시즈오카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특별한 마지막 한 모금의 커피가 여행의 완벽한 마침표가 되어주었다.

KakaoTalk_20250907_121028204_28.jpg 공항과 후지산+비행기를 형상화 한 커피아트


쉰 넘어 처음 떠난 혼자 여행. 그 첫 목적지는 시즈오카였다.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던 여정은 어느새 '치유와 자신감'의 시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혼자였지만 더 자유로웠고, 두려웠지만 그래서 더 단단해졌다.

파워 J건 P건 아무 상관없었다.


그동안 고생한 나 자신을 토닥이고 잘했다 수고했다 칭찬해 주고 오롯이 내가 나를 대면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떠나지 않았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값진 경험이었다고 확신한다.


이 풍성한 기억들을 가지고 또 열심히 살다가 힘들면, 언젠가 다시 휑하니 가방 하나 들고 떠나면 될 것이다.

그때도 아마 오늘처럼 아쉬움이 행복이 되는 마지막 날이 기다리고 있겠지.


- 끝-


저의 여행을 재미있게 바라봐주시고, 함께 마음으로 동행해 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연재는 소중한 경험을 작가님들과 나누고, 또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그 여정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여러 가지 현실의 벽과 관계의 어려움, 자녀 문제 등으로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망설이지 말고, 가볍게 가방 하나 들고 가까운 나라로 훌쩍 떠나보세요.

그 여행길에서 그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진짜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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