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삼성페이가 먹통 됐던 날

휴대폰이 복선(1)

by 주키

이른 새벽부터 쏟아부은 에너지를 다시 내놓으라고 뇌가 행패를 부리는지, 나는 꽤나 예민해져가고 있었다.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살짝 감기 기운이 있던 남편이 먹을 상비약을 조금 더 구매하기 위해 약국을 찾았다. 원하던 약을 구매하기 위해 나는 평소처럼 휴대폰 화면을 슬라이드 해서 삼성페이를 열었다. 빠른 결제를 위해 맥세이프 그립톡도 떼고 카드 리더기 위에 올렸다.

그런데 몇 초를 기다려도 결제가 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시도해 보아도 결제가 되지 않는 것은 똑같았다.

남편이 남편 삼성페이로 결제를 했더니 결제가 완료되었다. 내 휴대폰만 먹통이었다.


어찌어찌 모든 일을 다 완료하고, 드디어 비행기 탑승 전까지 여유 시간이 생겼다. 나는 일본 가기 전 마지막 한식으로 인천공항에서 파는 설렁탕이 그렇게도 먹고 싶었다.

면세 구역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설렁탕을 판매한다고 하여, 푸드코트가 있다는 게이트 쪽으로 가봤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게이트 근처에 식당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있는 것은 빵집뿐이었다.

다시 알아보니 한 층 위로 올라가야 한다더라.

무빙워크를 타고 꽤 먼 길을 이미 걸어왔는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니 허탈하고 지치고, 힘들었다. 앉아서 쉬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했다.

어차피 이미 도착한 곳이 우리가 비행기를 탑승할 게이트 쪽이었기에, "그냥 빵으로 배 채우고 조금 쉴까? 나 이제 설렁탕 안 먹고 싶어."라고 툭 던진 말.

남편은 그래도 계속 먹고 싶어 하지 않았냐며, 가기 전에 먹고 싶었던 거 맛있게 먹고 가자며 나를 어르고 달래 간신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발견해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어쩐지 조용했다. 우리가 올라와 선 위치에서 오른쪽을 보니 그곳에 푸드코트가 있기는 했다.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푸드코트는 어쩐지 우리가 도착한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인터스텔라에서 쿠퍼가 머피의 방 책장 뒤편의 4차원 공간에 갇혀 코 앞에 있지만 머피의 방까지 갈 수도, 닿을 수도 없었던 것처럼.

다행히도 우리는 우주도, 4차원 공간도 아닌 지구, 그것도 인천공항에 있었다.

에이, 코너 돌아가면 입구가 있겠지! 하고 코너 쪽으로 당당히 걸어가 봤다. 하지만 우리가 본 것은 아예 푸드코트가 보이지도 않는 막다른 길, 그냥 벽이었다.


밥 한 번 먹기 더럽게 힘드네. 생각하며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조금 더 헤매며 길을 찾다 보니 드디어 푸드코트로 올라가는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먹고 싶던 설렁탕을 주문했다.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삼성페이를 꺼내 들었다. 나의 주 카드인 현대카드로 삼성페이 결제를 하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현재 현대카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오류 메시지만 뜰뿐이었다. 그러자 아까와 같이 남편이 자신의 삼성페이로 결제하려 화면을 켰으나, 남편의 것도 똑같이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정말 아주 오랜만에 한국에서 실물 카드로 결제를 했다.


실시간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SNS가 아마도 X(구 트위터)인 것 같다. 나는 예전에 한창 뮤지컬을 좋아했을 때 티켓팅 관련 소식을 얻고자 가입해 둔 X를 열어 검색창에 '삼성페이'라고 검색해 보았다.

삼성페이가 되지 않는다는 글들이 몇 분 이내에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나만 안 되는 게 아니었다 보다.


이제는 정말 떠날 시간이었다. 아침부터 정신 없이 달려온 우리는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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