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미세한 균열
나처럼 땀이 많은 사람들은 슬슬 가만히만 서 있어도 등에 땀줄기가 흐르는 시기가 오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쌀쌀한 새벽, 동이 이제 막 트고 있을 무렵 우리는 인천 공항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는 날이 오기는 오네."
"우리 이제 몇 시간 뒤면 일본이야!"
벌써 몇 년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일본행이었다.
일본계 회사에 다니는 남편이 아직 남편이 되기도 전부터 말이다.
원래는 작년 가을쯤, 그다음엔 늦어도 작년 연말, 또 그다음은 늦어도 올해 초였다가 이제는 빠르면 올해 4월로 일정이 바뀌었던, 남편의 일본 주재원 파견 일정이 올해 6월로 확정된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일본에 오기 위해, 1년도 채 살지 않은 신혼 전세방을 빼기부터, 어차피 곧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니 중고로 떨이값에 구매했던 가전들을 다시 중고로 처리하는 것은 모두 순탄히 지나갔다.
잠깐이었지만 정들었던 우리의 첫 보금자리는 일본 포장 이사 전문 업체 직원분들의 노련한 손길에 순식간에 다시 빈 집이 되었다.
또 그렇게 순식간에 시간은 흘러 어느새 우리는 인천 공항에 와 있었다.
아직 오전 7시도 채 되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는데도 인천공항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 시기가 대선과 현충일이 있는 주여서 아마 휴가를 낸 사람들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나 항공을 타고 도쿄로 갈 예정이었다.
온라인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받고 온라인 체크인을 진행했는데, 우리가 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잘 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체크인 카운터를 방문해 달라.'는 오류 메시지를 본 후 휴대폰을 종료하고 노는 데 집중했을 뿐이었다.
온라인 체크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마지막 오류메시지대로 곧바로 체크인 카운터로 직행하자, 줄 서는 곳의 초입에 서 있던 아시아나 항공 직원 한 분이 탑승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체크인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가진 탑승권은 없었다.
없다고 얘기하니, 셀프 체크인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고 오라더라.
그 말을 듣고 체크인 카운터 주위로 즐비한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를 보니 이미 많은 승객들이 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물론 그 앞에서 디지털 장벽에 가로막혀 헤매는 사람들도 많았다.
꽉 막혀가는 고속도로처럼, 나오는 사람은 없는데 줄을 서는 사람만 많아지고 있는 광경이었다.
어느 세월에 이 줄을 기다리고 있나 싶어서, 나는 다른 구역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다행히 그쪽에는 꽤 여유로운 키오스크들이 많았다. 그 덕에 얼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체크인 완료 후, 수하물에 부착할 태그까지 수령하여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당연하게도 셀프 체크인을 키오스크를 통해 완료하고 왔지만, 카운터 직원을 만나기까지는 또다시 꽤 오래 줄을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위탁수하물이 없는 사람들은 셀프 체크인 후 출국장으로 바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니, 그들이 체크인 카운터에 와서 체크인을 하지 않는다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손을 덜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우리처럼 누가 봐도 위탁 수하물이 있어서(그것도 많이) 어차피 카운터에 꼭 들러야 할 승객들에게는 왜 그 승객들로 하여금 일을 두 번 시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나는 오전 7시 이전에 공항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공복인 채로 공항에 도착했기 때문에 꽤나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