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제일 무능한 점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리더는 함께 흔들리며 성장하는 사람

by Ham

약 15년 전, 내가 스타벅스 지역 매니저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어느 날, 서울의 한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중, 밝고 씩씩하기로 유명한 한 부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늘 해맑고 에너지 넘치는 친구였기에, 유난히 침체된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잘 지내요?”

“요즘 너무 힘들어요…”

놀랐다. 이 친구답지 않은 낯선 말투였다. 평소라면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고, 매사에 능동적인 모습이 떠오르기에 더욱 그랬다. 평소 늘 일 잘한다는 평판을 갖고 있었고, 나 역시 함께 일해보고 싶은 파트너였다.

자초지종을 듣자, 그 친구의 매장에 새 점장이 부임했는데, 너무 미숙하고 답답하게 느껴져 일하기가 버겁다는 것이었다. 기존 점장은 5년 차의 노련한 리더였지만, 새로 부임한 점장은 이제 막 점장이 된 초보자였다.

경험의 격차는 뚜렷했다. 하지만 그 부점장은 그 간극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점장의 모든 실수를 무능력으로만 해석하고 있었다.

며칠 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내심 이 상황이 단지 점장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역할과 관점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점장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한 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부점장의 역할에 대해 알고 있어요?”

“예, 잘 알지요.”

“그럼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뭘까요?”

그 친구는 잠시 머뭇거렸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RMT 교육에서도 늘 이 부분을 강조했는데, 기억하고 있으려나?’

결국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부점장은 점장을 도와 매장의 운영을 함께 책임지는 공동 운영자예요. 특히 경험이 부족한 점장이라면, 당신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죠. 답답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건 누구나 겪는 초기 단계일 뿐이에요. 점장이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리더십이에요.”

그 친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저도 처음 부점장이 되었을 때, 다른 파트너들에게 인정받기까지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요.”

나는 덧붙였다.

“맞아요. 누구나 그런 시기를 거쳐요. 지금 당신의 역할은, 팀을 위해, 점장을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중심을 잡는 일이에요. 지금은 점장을 평가하기보다, 점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집중해 주세요.”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어쩌면 지금 무능한 건 점장이 아니라, 그 상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저일지도 모르겠네요.”

시간이 흐른 뒤, 그 부점장은 결국 점장이 되었다. 점장 회의에서 마주친 그는 이제는 리더의 무게를 체감하는 자리에 있었다.

“햄, 전에 제가 그렇게 욕했던 그 점장님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정말 미치겠어요. 파트너들이 저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부점장 좀 만나서 면담 좀 해 주세요.”

웃으며 말했다.

“누구나 그런 시기를 지나죠. 당신도 잘 해낼 거예요.”

그는 용기를 냈다. 파트너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도움을 청했다. 의외로 파트너들은 그의 진심에 반응했고, 매장 분위기는 점차 회복되었다.

몇 개월 후 다시 만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어요. 파트너들이 도와줘서 한결 편해졌어요. 점장 역할도 제 나름대로 해내고 있다고 느껴요.”

나는 물었다.

“그때 무능하다고 했던 그 점장님,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는 웃으며 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에요. 그분이 겪었던 시간을 제가 겪어보니 그 무게가 느껴져요. 저도 언젠가는 그런 점장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햄처럼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이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담이 아니다. 역할을 받아들이는 태도, 리더십의 진짜 의미,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동료의 소중함을 담고 있다.

내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누군가를 이끈다는 건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걸어주는 일이라는 것. 리더는 완벽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흔들리며 성장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나는 오늘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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