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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약할 뿐이야

그러니 가끔은 괜찮아

by 구름파도

'어린아이는 어른이 되면 더이상 나약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나약한 것이다.'


오늘도 똑같았어. 네게 '미안해'라고 말하며 후회하는 일이.

너의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눈물을 삼켰어.

아마 너도 그랬겠지?

인간은 자신은 나약하게, 타인은 강하게 보는 일이 많으니까.

아득하게 먼 과거에 있는 후회를 바라보고 있었겠지.

너는 나약한 자신을 원망했을거야.

그래서 울었을 거라고 생각해.


괜찮아.

가끔은 조금 울어도 돼.

어른이 되어도 눈물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눈물을 흘릴 용기가 있다는 것은 강하다는 증거이니까.

나라도 괜찮다면 용기를 낸 네 곁에 있어줄께.

내가 네 곁에 있고 싶거든.

다만, 너만 괜찮다면 곁에서 나도 울어도 될까?

너의 우울함에 편승하는 것 같아 미안해.

그래도 너만 허락해준다면

나도 내 감정을 토해내고 싶어.


내 글을 보는 너는 늘 나의 어두운 감정을 떠안고 공감해주었지.

너에게서 많은 것을 받았어.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돌려주지 못했네.

너는 나의 우울함을 마셨는데 나는 너의 눈물을 받아주지 못했어.

나 살기에만 바빴지.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런 나이기 때문에 너에게 할 수 있는 말이있어.

이젠 받은 빚을 갚아야할 시간이야.


내가 좋아하는 인터넷 소설이 있거든. 거기에서 무슨 말이 나왔는지 알아?

어린 아이는 어른이 되어 강해지기를 바라지만

사실 어른도 나약함을 가지고 있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차이지.

삶은 결국 나약함으로 이루어져 있는거야.

무대로 나서는 사람도 긴장을 하고, 용기를 낸 사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꺼야.

그것을 철저하게 감출 뿐.

너는 아마도 그것을 받아들였겠지.


나는 상당히 괴로운 오늘을 살기 위해

홀로 외로움을 먹었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웃을 수도 없이

늘 나의 나약함에 대한 책임을 전가했지.

그래서 내 글을 좋아해준 너가 나에게 준 것을 보지 못했어.


그렇게 원망하고 원망하며 진짜 문제는 마주보지 못한채로 어른이 되어버렸어.

그래서 강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렸지.

얼마나 많은 후회의 눈물을 흘려서야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됐을까.

삶은 그자체로 나약한 것이라는 말을 좀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걸.


그런데 네가 나를 일으켜 세웠어.

나의 결함을 품어주었고

외로움을 나눠가졌지.

인생에 정답이 없어도 되는건가봐.

이 글을 읽어주는 네가 있으니 두려울게 없었어.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고

아픈건 두렵지만

네가 준 호의가 내게 용기를 주었어.

다시한번 다정하게 내일을 자아낼 수 있었어.


나는 한가지를 깨달았어.

삶은 길고 시간은 충분해.

너는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나와는 달리 나약함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거야.

이뤄내고 싶은 것.

잊어버리고 싶은 것.

나아가고 싶은 것.

용서할 수 없는 것.

포기하고 싶은 것.

전해주고 싶은 것.

우리를 구성하는 이 모든 나약함들이

너를 지탱하는 강함이 될거야.

나는 그렇게 믿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민을 하게돼.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만 내디뎌 봐.

땅에 발이 닫는 순간. 그때 들어가는 힘이 너를 지탱해줄거야.

우리는 나약한 어른이니까, 하루만 고개 정도는 떨구고 발자국을 바라볼 수 있잖아?


한 발자국 걸어서 흐르는 눈물을 삼킬 때,

그 순간을 너는 오래도록 기억해야 해.

네가 나약함이라는 벽에 부딪혀, 상처 받아 주저 앉을 때면 내가 너와 함께 있을께.

그러면 나도 나약함을 받아들이고 구원 받으니까.

백지장도 같이 들면 좋다고들 하잖아.

역시 혼자보다는 함께 있는 것이 나를 이해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거야.


나는 얼마나 너에게 구원 받았을까.

네가 달아준 댓글, 글에 대한 사랑, 구성하는 말들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어.

아직은 어린 아이지만, 언젠가는 나약함을 나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을까?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럴거야.

삶은 나약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강해지는거니까.


그러니까 너에게 한 가지만 바랄께.

이런 나를 사랑해줘.

너를 알려줘.

너와 내가 변해갈 수 있도록.

내일의 눈물을 삼키고 강해질 수 있도록.

이 글을 읽고 있는 너를 사랑해.

그러니 '미안해'를 말하는 건 이제 그만둘래.

잊지마.

네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강하다는 것을.

그거면 돼.

우리는 나약할 뿐이야.

그러니 가끔은 괜찮아.

나의 상징,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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