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도 짝사랑 하는 모양이다

글도 나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by 구름파도
출처-나무위키

짝사랑. 살아있는 대상이든 추상적인 대상이든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누군가를 괴롭게 할지도 모르는 가장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사랑.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아름다워지며, 전해지지 못할 사랑이라도 그것을 꿈꿀 때 비로소 사람다워질 수 있다.

나도 짝사랑을 꿈꾼적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무 생각 없이 나를 도와줬던 그 아이에게 품었던 사랑. 책이 가득한 도서관에 모든 것을 쏟았던 사랑. 비록 전해지지 않고 혼자만 품은 사랑일지라도, 사랑은 이토록 나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혼자만 품은 사랑은 나를 성장시킬 수도 있지만, 안 좋은 방향으로 진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랜시간 기다려도 고백할 용기 하나 내지 못하고, 짝사랑만 계속되면 그것은 좌절과 증오로 변할 수도 있다. '사실 그 사람은 별로였어'라는 둥, '그것을 사랑하기에는 내가 너무 아까워'라는 둥.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끊임없이 변명하고 이유를 찾는다.

출처-독립선언문(네이버 블로그)

나는 글도 짝사랑 하는 모양이다. 내가 아무리 글에게 사랑을 퍼부을지라도, 글은 내게 마음을 알려주지 않는다.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나는 다른 작가님들처럼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표현을 쓰는 글을 쓰고 싶은데, 계속 짝사랑 해서 글을 쓰는데 결과는 따라주질 않는다.

그럴때마다 나는 변명한다. '사실 글은 나와 맞지 않았어' '내가 글을 못 쓰는 이유는 글이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야!'라고.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짝사랑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가! 글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글의 마음 같은 건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글을 쓰는 걸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건, 짝사랑을 하는건 오로지 나를 위해서니까. 나를 위한 사랑은 오히려 괴로운 글 밖에 쓸 수 없게 만드는걸지도 모른다.

글은 이미 나를 사랑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그 사랑을 내가 모를 뿐인거지. 이렇게 나를 위한 글을 자유롭게 쓰고 표현할 수 있는 것도 그 증거가 아닐까.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글의 마음을 계속 찾을 것이다. 글을 사랑할 것이다. 나는 글을 짝사랑 하는 모양이다. 글도 나를 짝사랑하는 모양이다. 글을 잘 못쓸지라도, 계속 변명할지라도 사랑이 교차할 때까지 나는 사랑을 꿈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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