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에 다녀왔다.
이 백일장은 올해로 43년째라고 하는데 브런치 광고로 처음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참가자가 많았다. 사전 등록만 1300명이라고 했다. 나는 하루 전 알게 되어 사전등록 기간을 놓쳤고 현장등록 하였다.
중학교 이후로 백일장은 처음이라 마구 설렜다.
나는 산문 부문에 지원했고 원고지 20장을 받았다.
그런데 원고지에 너무 오랜만에 쓰다 보니 띄어쓰기 엉망이고 맞춤법도 자신 없었다.
손글씨도 얼마만인가. 다른 사람들을 보니 컴퓨터를 가져온 게 보였다. 나는 볼펜 하나랑 연습장만 가져갔으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연습장에 쓴 글을 원고지에 베껴 쓰는데 이게 도대체 몇 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14장에서 결론을 쓰고 있었다. 겨우 겨우 몇 마디 더 써서 15쪽에서 마무리하였다.
브런치 맞춤법 검사기에 새삼 감사하게 되었다.
아야. 내 손.
수상은 못했다.
마라토너가 달린다는 맘으로 계속 앞으로 가는 거지라고 위안했다.
글짓기에 열정과 재능이 있는 여성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보고 사뭇 놀랐다. 우리 문학이 더 발전하겠다 싶었다.
오늘, 햇살도 좋고 바람도 없던 가을 한 때 잠시 중학생이 된 듯한 경험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