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은 감정의 지뢰밭이다
요즘은 이혼과 재혼이 흔한 시대다.
하지만 부모님 중 한 분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 ‘흔함’의 이면에 있던 복잡한 감정이 상속이라는 이름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법은 단순하지만, 가족의 사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특히 ‘이혼가정’에서의 상속은 법적 절차 못지않게 감정적인 충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이혼가정에서 자랐다.
어릴 적엔 그 사실이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결혼 후에도 남편에게는
그저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가정사가 조금 복잡하다"고만 말했을 뿐, 자세한 이야기는 늘 피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순간부터 내가 숨겨두었던 가정사가 소송 서류 속에서, 법정에서, 다시 펼쳐졌다.
형제들과의 수년간의 민사소송은 감정적으로도 깊은 상처였다.
무엇보다 재혼 배우자인 새어머니를 향한 형제들의 공격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자녀가 없는 새어머니는 내 형제들의 주장에 매번 힘들어했고, 그때마다 도움을 요청할만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 상황은 나에게도 쉽지 않은 딜레마였다.
우리 집의 상황에서 새어머니는 혼인관계가 유지된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이므로 배우자로서 상속권이 인정된다. 하지만 민법상 이혼한 전 배우자(나의 친 어머니)는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없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상속권이 있는 사람]
사망 당시의 배우자 (재혼 여부와 무관)
자녀 (전처소생 자녀, 혼외자 포함 — 법적 자녀라면 모두 해당)
[상속권이 없는 사람]
이혼한 전 배우자
의붓자녀 (입양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사실혼 배우자
이론적으로는 명확하지만, 실제 분쟁은 ‘형식’보다 ‘감정’에서 시작된다.
갈등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이혼가정의 상속 갈등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불거진다.
재혼한 배우자가 생전 증여를 받았거나
사망 직전 재산이 빠르게 정리된 흔적이 있을 때
자녀들이 “우리 상속분이 침해됐다”라고 느낄 때
상속은 단순한 재산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동안 쌓였던 감정과 해묵은 가족사가 폭발하듯 터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혼가정 상속, 미리 알아두면 좋은 것들
자녀의 상속권은 혼인과 무관하다. 법적으로 등록된 자녀라면, 전처소생 자녀든 혼외자든 상속권이 있다.
재혼한 배우자는 상속권이 있다.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면, 재혼 여부와 상관없이 상속인이다.
이혼한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다
입양이 되지 않은 의붓자녀는 상속권이 없다
사망 직전의 재산 처분, 편법 증여는 분쟁의 핵심이다. 생전 증여나 공동명의 정리 등은 종종 자녀들에게 상속 침해로 인식된다.
유언장, 증여 계약, 가족 간 합의 기록은 꼭 남겨둘 것
감정이 아닌 ‘증거’로 대응해야 소송에서 유리하다
이혼가정에서의 상속은 결국 법의 문제가 되지만, 그 바탕엔 오래된 감정의 잔해가 남아있다.
나는 그 감정을 오랫동안 숨기고 살아왔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돌고 돌아 ‘소송’이라는 형태로 다시 내 앞에 찾아왔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였던 관계는 때때로 너무도 낯설고 날카로운 형태로 바뀌기도 한다.
나는 미리 대비하지 못해서 힘겨웠다. 이 글이 이혼가정에서 상속을 맞이하게 될 누군가에게 대비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