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아팠다
핑계 같지만 어릴 때부터 나는 항상 아파서 뭔가 열심히 못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아팠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즈음부터 몸 매우 안 좋았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 때에도 어머니와 번갈아 병원을 지킬 때에도 허리와 다리가 아파 병원 간이침대에 누워있기가 힘들었다. 장례식 이후 정형외과에 다녀도 원인을 알 수 없었고 검사만 수개월을 받았다. 이렇게 몸이 좋지 않은 와중에 소장을 받았다. 이 소식에 몸은 더욱 아파왔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때부터는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체중은 10킬로 가까이 빠졌다.
내가 혼자 견딜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무너졌고 무엇보다 잠을 자고 싶었다.
정신과를 찾았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질문지로 검사를 했다. 그 질문지에 대답을 적는데도 이런 저런 생각에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런 질문으로 검사가 되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군데 군데 화분들이 있고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생각은 끝도 없이 떠올랐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진료실은 조용했고 젊은 여자 선생님이 앉아 있었다.
나는 말을 꺼냈다.
“가족에게 고소당했어요.”
그 말을 처음 꺼낸 곳이 그곳이었다. 의사선생이 심판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의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람들은 ‘소송’과 ‘고소’를 종종 헷갈린다. 나도 그때는 잘 몰라서 아무 말이나 했었다. 하지만 나는 형사고소가 아니라, 민사소송의 피고였다. 고소는 형사상 처벌을 원할 때 경찰이나 검찰에 하는 것이고 민사소송은 법원에 권리구제를 요청하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 사망 후 일어난 일을 이것저것 두서없이 말했다. 사실 흥분해서 말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은 그저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다가
“요즘 잠은 좀 주무세요?” 하고 물으셨다. 당연히 잠을 자지 못했다.
나는 수면제를 처방받아 나왔다. 약은 정말 어지럽고 기분이 나빴지만 그 약을 먹으면 조금 잘 수는 있었다.
몇 번 더 병원을 찾았다. 그러다 그만두었다. 약도 끊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의사 선생님은 이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내 이야기에 관심도 없었다. 나에게 어떤 조언도 해줄 수 없는 분이었다.
나는 그저 견딜 수 없는 마음을 들고 가 누군가에게 쏟아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지옥 같은 감정은 결국 누구도 대신 감당해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이후 오랜 기간 통증과 불면증속에서 소송을 진행했다. 이일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불안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