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시작
회사 앞에서 점심식사 중에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아버지가 위독하니 급히 오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급히 휴가를 내고 바로 병원으로 내려갔다.
가는 길은 멀었고 가는 내내 마음이 심란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코로나 검역 때문에 아무나 병원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직접 나와서 자신의 출입증을 사용해 같이 병원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을 에둘러하셨는데 그때 나는 왜인지 그 말을 잘 못 알아들었다. 어머니도 못 알아들으신 건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다. 아니 안 했다.
어머니는 병원 간이침대에서 생활하셨고 우리는 한동안 같이 아버지 병실에서 지냈다.
어머니와는 그 사이 꽤 많은 대화를 하였다.
그리고 1주일 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실감하지 못했다.
아버지 곁에 있던 심장 모니터에서 갑자기 ‘삐—’ 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평소엔 위아래로 오르내리던 초록 선이 멈춰서, 일직선이 되어 있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그 순간이 눈앞에서 펼쳐졌는데, 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 소리를 멍하니 들었다.
마르고 황색빛이 도는 아버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모든 게 멈춘 듯 조용했고, 나는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단지 그 얼굴이 낯설기만 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급히 떠나셨다.
한밤중에도 병원에서는 장례를 위해 직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장례 계약서를 쓰고 있는데 그 사이 방문자 중 한 분이 어머니께 돈을 찾아놔야 한다고 했다.
이 분은 나중에 알고 보니 아버지가 쓰러지셨을 때 병원에 업고 와준 분이셨다.
어머니는 그분과 돈을 찾으러 가셨고 나는 시신을 보관소로 옮길 때까지 대기했다.
잠시 나는 의아했다. 돈을 저렇게 찾아도 되나 싶었다. 사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때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장례에만 신경을 썼다.
사망 후 출금에 대하여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순간부터 법적으로는 상속이 개시된다.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당장 병원비, 장례비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예금 인출은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법으로 따지고 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피상속인의 계좌에서 다른 상속인의 동의 없이 돈을 인출하면, 형사 고소나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피상속인에게 채무가 있었고, 이를 모르고 인출할 경우에는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모든 채무를 물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 밤, 어머니는 그날의 인출로 인해 이후 뜻밖의 민형사소송을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