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내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어느 오후, 마트 진열대 앞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난처한 얼굴로
"이런다고 되는 줄 알아?"라고 속삭였고,
아이는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 장면이 오래 남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런 날이 있었거든요.
감정이 폭발하는 아이 앞에서
부모로서 무엇이 옳은 대응인지 몰라 주춤했던 날들 말이에요.
아이가 울고, 소리 지르고, 문을 쾅 닫는 행동은
감정 표현이 미숙한 상태입니다.
아직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아이는
울음과 짜증, 심지어는 고함으로 마음을 드러냅니다.
그건 어쩌면
SOS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엄마, 지금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나를 좀 도와줘.”
아이는 사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걸지도요.
감정이 극에 달한 순간에 아이를 꾸짖으면
그 말은 귀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감정의 파도 한가운데에 있는 아이는
설명보다 ‘안전한 보호막’을 원합니다.
“왜 또 울어?”
“그만 좀 해.”
이런 말보다 필요한 건
“지금 많이 속상했구나.”라는 공감 한 줄입니다.
그 말 한마디로 아이는 자신이 ‘틀린 게 아니라, 받아들여지는 존재’임을 느낍니다.
어른도 화났을 때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하물며 아이는 어떨까요.
혼내는 대신, 아이가 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조금 쉬었다 이야기하자.”
이 말은 아이에게 감정의 여백을 허락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여백이 쌓여야
아이는 감정을 스스로 바라보고 다루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은
‘부모가 어떻게 감정을 다루는지를 보고’ 자라납니다.
엄마 아빠가 짜증을 누르고
말의 온도를 낮추는 모습을 본 아이는
그 방법을 몸으로 배웁니다.
“엄마도 지금 좀 화가 났지만,
조금 진정하고 이야기하려고 해.”
이런 말 한 줄이
아이에게 감정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줍니다.
감정이 지나간 후,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세요.
“그때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앞으로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
비난보다 ‘탐색’의 태도로 접근하면
아이는 자기 감정을 돌아보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을 함께해 준 부모의 신뢰가
아이의 내면에 조용히, 깊게 스며듭니다.
아이를 기다려준다는 건
그 아이의 감정을 존중한다는 뜻입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하는 당신은
그 누구보다 단단한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