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아는 아이였어요

진심을 다해 달렸던 시간, 그리고 멈추고 싶어진 어느 날

by 연화

나는 열여덟부터 일을 해왔다.

어쩌다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이 일을 평생 하며 살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정말 좋아서,

진심이었기에 시작한 일이었다.


‘일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게 좋았다.

무엇이든 책임감 있게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더 열심히, 더 빠르게 일했다.


그 진심이 닿았는지

꽤 빠른 시간 안에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현장에서, 그리고 본사에서도 내 이름을 알아줬다.


남들이 말하는 ‘대기업’이라는 타이틀.

외식업계 현장 직무였기에 몸은 늘 바빴고,

정신도 쉴 틈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쉬는 날에도, 일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사회를 배워가며

나는 늘 바쁘게 살았다.


이 일이 좋았고,

잘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몸이 이상했다.

처음엔 단순한 피로였는데, 점점 깊어졌다.

잠이 오지 않았고,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거울을 보니 빠진 머리카락, 말라가는 얼굴이 낯설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서야

내가 ‘지금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일을 시작한 후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믿었고,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고장 나고 있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그래서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일도, 사람도, 모든 걸 내려놓고

혼자서 제주로 떠났다.


그건 도망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 필요한,

단 한 번의 숨이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