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남은 향기들

여전히, 그 향은 마음에 남아

by 연화

제주에서 돌아온 지 시간이 꽤 흘렸다.

일상은 다시. 바쁘게 흘러갔고,

출근길의 벌골음은 익숙한 회색빛 속으로 묻혀 들었다.


하지만 이상학게도,

내 안의 공기만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던 나에게

제주는 멈춤의 미학과 함께하는 기쁨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내 삶을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일에 나를 쏟아내며 버티던 날들 속에서,

내가 얼마나 무뎌졌는지,

얼마나 외롭게 살아왔는지를 깨달았다.


어느 저녁, 퇴근 후 창문을 열었을 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문득 그날의 제주 해안길 향기가 스쳐 지나가곤 했다.


그곳은 단지 여행지가 아니었다.

삶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용기를 준 곳이었다.

내가 느꼈던 감정들의 조합,

말없이 건넨 위로,

함께였던 따뜻함,

그리고 혼자여도 괜찮다고 처음 느낀 그 순간,


그 모든 감정이

하나의 향처럼 내 안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일에만 나를 쏟아붓지 않는다.

잠시 멈춰 서서

내 숨소리를 듣고,

내 마음의 온도를 살핀다.


삶은 여전히 복잡하고,

때로는 흔들리지만

이제 나는 안다.


진짜 위로는 어디에 있는지,

나다운 향기는 어떻게 남는지.


나는 내가 선택한 공기 속에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향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