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리는 시간

나의 향으로 물들어가는 시간

by 연화

제주에서 돌아온 지 오래지 않았자만,

마음 한켠은 아직도 그 바람에 머물러 있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던 시간,

낯선 사람들과 밤을 나누며 웃던 순간들.

잠시였지만 그 감정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았다.


그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분명했다

나는 다시, 그 바람 속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회사도, 익숙한 일상도 내려놓고

나를 위한 선택을 했다.

처음으로 정말,

‘나만의 향’을 찾기 위해 퇴사했다.


이번엔 더 천천히 스며들고 싶었다.

한 달 동안 주마다 숙소를 바꾸며

게스트하우스를 돌고

사람과 바람, 공간의 온도를 다르게 느껴보기로 했다.


이름 모를 해변 근처의 조용한 집,

자전거 한대만 있는 허름한 방,

밤마다 별이 쏟아지는 마당이 있는 곳.


어떤 날은 혼자 길을 걸었고,

어떤 날은 그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었다.

또 어떤 날은 낯선 사람들과 웃고, 마셨고,

때론 아무 말 없이 함께 바라만 봤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나를 마주했다.

혼자였기에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던 감정,

함께였기에 비로소 알게 된 따뜻함.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난 생각 하나.


“내 인생도, 연화라는 향으로 물들고 싶다.”


누군가의 기준에 나를 맞추며 사아가기보단,

나만의 리듬으로, 나만의 향기로

천천히 스며들 듯 살아가고 싶어졌다.


향수처럼 질지도,

꽃처럼 하려 하지도 않아도 괜찮다.

은은하게, 오래도록 남는 향.

마음 깊은 곳에서 문득 떠오르는, 그런 공기 같은 삶.


그게 제주에서 내가 찾은 삶이었다.

그리고 이제 , 그 향으로

조금씩 나를 채워가는 중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