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주한 바다, 조용한 창문, 그리고 아무 말고 못한 나
제주도에 도차갰을때, 처음 든 생각은
‘나, 진짜 떠나왔구나 “였다.
문을 나서자마자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서울과는 다른 공기.
익숙하지 않은 냄새.
어딘가 모르게, 그 바람에는 향이 있었다.
마치 내가 나를 놓아준 것 같기도 했고,
어색한 공간 속에 툭,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 바람을 따라 도착한 숙소는
바다가 바로 보이는 조용한 곳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두고 , 그저 바다를 바라봤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천천히 되돌아가는 걸,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
짠내 섞인 바다 냄새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방은 조용했지만, 마음속은 낯선 감정들로 울렁거렸다.
그 바다엔 향이 있었다.
파도가 멀리서 달려오듯 마음을 적시고,
다시 물러가며 묻어두었던 감정을 하나씩 끌어내갔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으면서,
수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면
마음 안쪽까지 시원해졌다.
그동안 너무 오래 참고 있었던 것들이
바람을 타고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잠깐 쉬어도 괜찮이.”
그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저 창밖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별다른 일도 없었는데.
그게, 제주에서 처음 마주한 감정이었다.
그 모든 순간이 바람 속에 흩어졌다.
바다는 말없이 나를 이해해 주었고,
나는 그 조용한 위로에 처음으로 울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