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하다
연금공단에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내 인생 에세이 쓰기(블로그 활용)’ 교육의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신청 전 ‘대상자는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라는 안내문을 보게 되었다. 평소 행운과 거리가 멀었던 탓에 기대 없이 있다가 받은 문자라 순간 설렘이 일었다.
언젠가 딸이 글쓰기를 즐겨 하는 내게 “타인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자신의 기록으로도 남길 수 있다.”라며 블로그를 권유했지만, 애써 외면했었다. 당시는 직장인으로, 딸로, 엄마로 살아가는 바쁜 일상에서 뭔가 새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였다. 퇴직한 지금 딸의 그때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 글을 쓰고 싶은 간절함도 생겨 신청한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 무언가를 새로 배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와도 비슷한 처지인 퇴직자들 상대의 교육이라 그냥 부딪혀 보기로 했다. 배우기 시작하면 항상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듯이 블로그도 그랬다. 잊고 지낸 오래전 사용했던 네이버 ID와 비밀번호를 찾아야 했고, 인터넷 명함인 닉네임도 필요했다. 느림의 미학이 절정에 달했지만, 무지의 부끄러움은 내려놓고 하나씩 배워나갔다.
그곳에서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기억 속에 머물러 있던 가족 이야기나 직장에서 있었던 일부터 썼다. 때로는 퇴직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과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면서 알게 되거나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적었다. 미숙한 글이었지만 용기를 내어 써 내려갔고, 글 곳곳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나를 만날 기회도 가졌다.
이렇게 적어 발행한 내 글 아래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그 댓글에 답글을 달게 되면서 이웃들도 생겨났다. 얼굴도 모르고 서로에 대한 정보도 없이 오로지 닉네임과 글로 소통하는 새로운 인연이 맺어졌다.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여행과 음식과 경제 정보와 책 소개, 음악과 그림 등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었고 글쓰기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도 폭넓어졌다.
컴퓨터 앞에 자주 앉게 되었고 자주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의 소재를 찾기 위해 자연스럽게 주위의 사람과 사물에 관심을 가졌고, 이웃들이 소개해 준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으며, 도서전과 출판기념회에 참여하며 글을 통한 세상으로 한걸음 씩 내디뎠다. 새로운 공간을 향한 발걸음이 직장 밖 퇴직자의 삶에서 간간이 마주하는 불안과 우울을 이겨낼 힘을 주었다.
블로그에서 이웃들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혼자가 아닌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주고받고 나누는 마음은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힘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전자책 작가가 될 수 있었고, 닉네임으로 소통하던 그들과 직접 만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인터넷상의 인연이 현실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는 글쓰기로 문을 두드렸지만, 주변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배우거나 댄스나 붓글씨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 대다수가 활력 넘치는 신중년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이 들어감을 막을 수는 없지만 60대의 도전이 현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도전을 통해 성장해 가는 일상에는 즐거움이 있다. 나와 우리 모두가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응원해 본다.